10. 훈련이 가장 쉬웠어요.

by 하니작가

저기 은영이가 보인다. 유니폼을 입은 친구를 보니 더 반갑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샐러드 전문점에 간다. 비행 끝나면 든든한 밥을 먹고 싶을 텐데 다이어트하는 나를 배려해준 친구에게 고맙다.

" 우리 훈련받았을 때 기억나지? 그때 초콜릿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었잖아. 잘 시간이 없어서 초콜릿으로 배 채우며 공부했었는데. 그때로 넌 다시 돌아가는구나! 어쩌냐! 고생길이 보이네. 근데 우리가 이미 한번 한 거라서 처음처럼 힘들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말고! 널 위해 초콜릿을 준비했지! 너무 많이 먹지는 말고."

" 이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초콜릿이네. 진짜 너밖에 없다. 이거 먹고 1등 할게! 고마워."



드디어 훈련 시작이다. 오래간만에 정장치마와 블라우스를 입는다. 일주일간의 다이어트가 나름 성공적이어서 정장치마가 이쁘게 딱 맞는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다. 은영이가 준 초콜릿을 한 움큼 챙긴 후 한 개는 입에 넣는다. 날이 제벌 쌀쌀하다. 공항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여유가 생겼다. 다시 훈련을 받게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드디어 훈련원에 도착해 자리에 앉는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녀 교관 두 명이 들어온다.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브리핑을 한 후 한 명씩 일어나 자기소개를 한다. 이번 경력직 승무원 합격비율은 국내 항공사와 외항사 거의 비슷하다. 보통 국내 항공사 비율이 월등히 높았는데 영어가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외항사 승무원들을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눈을 피했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니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쉬는 시간이다. 첫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자기소개를 한 후라 그런지 삼삼오오 얘기를 한다. 내 옆에 앉은 분은 중동 항공사에서 4년을 근무했고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 비행하고 싶었다고 한다. 2교시부터는 보잉과 에어버스 기종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2주간 보잉을 공부한 후 에어버스도 2주간 진행한다. 매일 시험을 보고 70점 이하면 교관과 상담을 해야 하고 3번 이상이면 입사는 취소된다. 두 달간 새로운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대부분 두 가지 기종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기종만 탄 경력직도 많았다. 다행히도 난 이미 전 항공사에서 두 기종을 타봤기 때문에 수월하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 이론은 쉬었지만 실습시간이 괴로웠다. 비상탈출 샤우팅 하는 구호가 완전히 달랐다. 자꾸 전 항공사 구호가 생각나서 몇 번이나 지적을 받았다. 이론은 매번 만점인데 자꾸 실습에서 고생한다. 전 항공사에서 배운 건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구호와 익숙해져야만 한다. 역시 연습밖에 없다. 구호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다 보니 이젠 실습도 가뿐히 통과한다. 안전훈련 한 달이 무사히 끝났다. 전에 비해서 훈련이 아주 가뿐하다. 전 항공사에서 훈련받았을 때는 4시간 이상을 자본적이 없는데 이번엔 충분히 자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훈련을 받고 있다.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그런가? 훈련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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