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의 첫 비행은 프랑크푸르트

by 하니작가

두 달간의 훈련이 끝났다. 이틀 쉬고 바로 제주도 OJT(훈련) 비행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독일 비행이다. 비행을 그만두고 가장 그리웠던 도시 중 한 곳이다. 입사 후 첫 장거리 비행이라 많이 설렌다. 여분의 유니폼은 다림질해서 가방에 잘 챙기고 스카프는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맬 수 있도록 옷걸이에 걸어두고 마스크 팩을 한 후 잠자리에 든다. 브리핑이 오전 8시니까 적어도 7시 반에는 도착해야 한다. 알람을 5시 반에 맞추고 잤지만 눈이 저절로 떠진다. 시계를 보니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다. 부엌에서 소리가 나서 가보니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신다.

"내 딸 2년 만에 비행인데 엄마가 딸 좋아하는 갈비탕 했어! 날 추우니 든든히 먹고 안전 비행해. 울 딸 아침상을 준비하는데 엄마 너무 행복하네."

엄마의 정성 가득 아침상을 보니 눈물이 갑자기 핑 돈다. 2년 동안 불안해하는 나를 항상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준 울 엄마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엄마, 이 새벽에.. 대체 몇 시에 일어나신 거예요? 그냥 간단하게 샌드위치 먹고 갈려고 사놨는데..."

" 그 샌드위치는 엄마가 나중에 커피랑 먹을 거니까 딸은 어여 이거 먹고 준비해요."

나의 첫 비행의 아침을 엄마와 이렇게 맞이한다. 이직 후 첫 비행이다. 설레기도 하지만 떨리기도 하다.


드디어 공항으로 출발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니 커피 마실 시간이 있어서 좋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스카프를 그대로 옷걸이에 두고 나왔다. 전 항공사 유니폼에는 스카프가 없어서 익숙하지 않았다. 제발 공항에서 동기 한 명이라도 만나길 바라면서 몇 명에서 연락을 하지만 이른 아침이라 답이 없다. 비행 첫날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정말 큰일이다. 그나마 코트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다. 혜진 언니한테 전화가 온다.


" 언니, 죄송해요. 제가 스카프를 두고 와서요. 마음이 너무 급해서 이 새벽에 연락했어요!"

" 에고, 놀랐겠네. 비행 몇 시야? 나 공항 근처 살아서 지금 가면 15분 정도 걸릴 거 같은데 괜찮아? 차 가지고 갈 거니까 전화하면 E-4 앞으로 나와!"

"언니 언니! 정말 고마워요!!"

십년감수했다. 비행 가기 전인데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근처 카페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커피와 베이글을 사는데 전화가 온다. 언니에게 바로 달려가 스카프를 받고 화장실에 간다. 아침부터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정신이 없다. 거울을 보고 스카프를 제대로 매고 그루밍을 다시 한번 체크 후 브리핑룸으로 간다.


사무장님께 먼저 가서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다. 간단히 브리핑한 후 기장 님이 기상 상황과 예상 비행시간에 대해 알려주신다. 오늘은 보잉 777-300 기종, 총 10명의 크루와 함께 한다. 비행기에 도착해서 기내 안전보안점검을 한 후 서비스 준비를 한다. 만석이고 장거리 비행이라 음료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독일 비행인 만큼 맥주가 중요하다. 승객이 탑승할 시간이다. 승무원은 이때가 가장 바쁘다. 보딩이 끝나면 비행의 절반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프랑크푸르트 비행이니 ' 구텐 모르겐' ( 독일어) 인사를 하며 승객을 맞이한다. 승객분들도 반갑게 인사한다. 출발 10분 전인데 이미 모든 승객의 탑승이 끝났다. 드디어 출발이다.


11시간 30분의 비행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다. 장거리 비행은 바쁜 게 더 좋다. 서비스를 정신없이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 2년 만에 오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이다. 공항 냄새가 너무 그리웠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너무 피곤해서 호텔에서 좀 자다가 나가려고 했는데 공항 밖을 나오니 없던 힘도 생긴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프레즐과 카페라테를 근처 카페에서 즐긴다. 간단히 요기한 후 바로 dm ( 독일 드럭 스토아)으로 간다. 여기는 독일 비행이 있으면 무조건 들리는 쇼핑의 천국이다. 승무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핸드크림은 보통 여기에 다 있다. 2년 만의 유럽 비행이니 지인들 선물을 한 아름 담는다. 발포 비타민, 핸드크림, 에센스, 영양크림, 치약, 초콜릿, 젤리 등 살 거리들이 다양해서 좋다. 그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생각하며 선물을 고른다. 선물과 함께 줄 엽서도 구매한다. 쇼핑을 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근처 빵집을 찾아 나선다. 난 통곡물이 많이 들어간 독일빵을 좋아한다. 빵을 먹으면서 은영이에게 전화를 한다. 은영인 지금 파리에 있다.


" 잘 도착했어? 첫 비행은 어땠어? 너 또 빵 먹지?"

" 알면서 뭘 물어? 독일 오면 dm 그리고 빵집이지! 프랑크푸르트 오니까 정말 비행 다시 하길 잘한 거 같아. 너무 좋아. 아, 맞다. 나 아침에 스카프 두고 와서 동기 언니가 빌려줬잖아. 이 정신머리 어떡하냐? 걱정이다!"

" 진짜? 큰일 날뻔했네! 이것아 정신 좀 차려!"

"그러게 말이야! 정신 차리고 비행해야지! 파리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우리 서울에서 보아."


통화 후 친구들에게 전해줄 엽서를 쓴다. 이제 슬슬 졸린다. 호텔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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