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비행 , 다시 하길 정말 잘했다.

by 하니작가

새벽 6시 알람에 일어난다. 어제 가방을 다 정리해서 준비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7시까지 픽업이지만 30분 전에 도착해 호텔에서 준비한 커피를 마신다. 크루들이 모두 모여 버스 안에서 브리핑을 한다. 오늘도 역시 만석이다. 워낙 장거리 비행이라 체력 분배가 중요하다. 공항에 가는 동안 '김동률'님의 노래를 들으며 잠깐 잠을 청한다. 공항에 도착하니 사무장님이 감사하게도 면세품 살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곳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승무원을 위한 면세점이 따로 있다. 케이스가 없거나 약간의 흠이 있는 것을 승무원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당연히 물품이 다양하지 않고 매번 품목이 바뀐다. 그날 운이 좋으면 원하는 아이템을 살 수 있는데 이날 따라 품목이 다양하고 내가 원하는 화장품이 다 구비되어 있다. 엄마를 위해서 영양크림과 아이크림을 사고 나에게는 은은한 장밋빛이 도는 립스틱과 내 눈을 책임질 마스카라를 선물한다. 퇴직 후 2년 동안 여행 다니며 글 쓰며 책만 읽고 사는 딸을 보고 잔소리 한번 안 하셨다. 엄마는 언제든지 나를 믿어주시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응원해 주셨다. 엄마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다만 내가 승무원을 그만두면 엄마에게 아쉬운 것이 있었다. 바로 여행과 화장품!!


" 우리 딸 비행 그만두면 엄마 화장품 누가 사주지? 우리 딸 덕에 좋은 화장품 많이 썼는데 아쉽네!"
" 엄마, 이제 화장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딸이 화장품 책임집니다. 우리 다음 휴가 때 방콕 여행가요!!"



보딩 시간이다. 승객들에게 환영인사를 한다. 기장님 방송이 나오고 바로 이륙 준비한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즐거운 비행이 되길 기도하며 점프 싯(승무원 좌석 )에 앉는다. 이제 서비스할 시간이다. 겔리에 가서 아침식사 카트를 준비한 후 바로 캐빈으로 나간다. 아침이라 주무시는 승객이 많다. 기내식과 음료 서비스 다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이다. 겔리 커튼이 열리더니 독일 아이 두 명이 웃으며 들어온다.
" 물 주세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과자와 초콜릿도 챙겨준다. 아이들이 우리와 있는 게 즐거워 보인다. 혹시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아이들에게 자리를 물어보고 말씀드린다. 아이 엄마는 아이들이 많이 무료해했는데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 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다음 서비스를 준비할 시간이 돼서 아이들을 자리에 데려다 주니 아이 엄마가 명함을 주신다.


" 아이들이 이렇게 비행기 타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정말 고마워요. 오랜만에 승무원과 대화할 시간이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에 프랑크푸르트 비행 오면 꼭 연락 주세요. 맛있는 식사 대접하고 싶어요!"
" 아이들 덕분에 저도 너무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고마움을 표현해 주시는 승객 덕분에 비행이 더 즐겁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행을 다시 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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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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