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이건 우연일까? 인연일까?

by 하니작가

프랑크 푸르트 비행 후 면접 때마다 응원해 준 지인들을 만나서 선물을 전한다. 친구들이 전보다 얼굴이 정말 밝아졌다면서 이번엔 제발 그만두지 말고 지긋이 다니라며 응원해 준다. 내일은 제주도 비행이라 부담이 없다. 제주도는 최근에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는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오늘은 보잉 737 기종으로 비행한다. 통로가 하나인 기종이라 국내선 때 자주 이용된다. 벌써 승객분들 탑승할 시간이다. 탑승권을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한다.
" 어,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뵙네요, 혹시 일주일 전에 프랑크푸르트 비행하지 않았어요?"
" 네 맞습니다. 그때 우리 비행기 타셨나 보네요! 이렇게 또 봬서 반갑습니다."
손님은 나를 기억하시는 거 같은데 그때 첫 비행이라 정신이 없어서 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승무원들이 많았는데 나를 기억해 준 손님에게 고마울 뿐이다. 승객을 비행기에서 다시 만나는 확률은 아주 낮다. 전에 근무한 항공사에서는 이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는데 비행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 신기하다. 이런 건 우연일까? 인연일까?


제주도는 한 시간 비행이라 음료 서비스만 하면 바로 끝난다. 그냥 떴다가 내리는 느낌이다. 콜 벨이 울린다. 바로 가서 확인하니 아까 그분이다.


" 저 기억 안 나시죠? 그때 기내에서 계속 모자를 쓰고 있어서 모르실 거 같아요. 제가 비행 중에 맥주를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 친절하게 서비스해 주셔서 기억하거든요. 그때 이름을 봤어요. 그런데 이렇게 비행기에서 또 볼지 몰랐어요. 이거 공항에서 산 초콜릿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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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맥주가 있으면 가져다 드릴 텐데 국내선은 맥주가 없네요. 혹시 필요하신 거 있으신가요? 커피 드릴까요?"
" 네, 그럼 저 커피 마실게요! "

겔리로 와서 커피를 준비하면서 생각을 한다. 모자를 쓰고 맥주를 계속 주문하신 분이 누굴까... 맥주를 주문하신 분들이 많았지만 모자 쓰신 분들은 거의 없었는데... 비행성 치매인가 보다. 기억이 전혀 없다.


" 손님, 커피 여깄습니다. 맛있게 드십니다."
" 감사합니다. 커피 가져다주셨으니 초콜릿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따뜻한 미소로 초콜릿을 건네는 그의 호의를 더 이상 거절하기가 어렵다.
" 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


갤리에 오니 선배가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 저번에 제가 독일 비행했을 때 탑승하셨다고 하는데 전 기억이 안 나서요.. 선배님 저 어떡해요... 이 기억력,,,."

" 비행하면 할수록 우린 '니모'가 되잖아. 단기 기억상실증! 나도 마찬가지라 할 말이 없네요. 우리 오메가 3라도 잘 챙겨 먹어요!"

바로 랜딩 준비를 해야 해서 초콜릿은 핸드백에 넣는다.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했다. 오늘은 왜 하필 제주였을까.. 좀 더 긴 비행이었으면 좋았을 거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그가 뒤를 돌아보며 눈인사를 한다.

'아, 근데 이 기분 좋은 느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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