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이메일로 연락하고 지낼 수 있을까요?

by 하니작가


제주도 호텔이다. 저녁 늦게 랜딩 후 피곤해서 바로 잔다.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승객이 준 초콜릿이 생각난다. 핸드백을 열어 초콜릿을 꺼낸다. 어, 그런데 표지에 작은 글씨로 뭔가 쓰여있다


이렇게 다시 봐서 반가웠어요. 이메일로 연락하고 지낼 수 있을까요? 아 저는 정 지민입니다. 0000@gmail.com


이 남자 글씨체도 멋지다. 이렇게 짧은 메모를 읽는데 어제 비행기에서 들었던 음성이 지원된다. '나 왜 이러지...' 이런 감정이 어색하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2년 동안 몇 번 소개팅을 했지만 이런 느낌은 없었다. 가끔 기내에서 연락처나 명함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다.


승객과 승무원은 공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승객과 사적으로 연락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남녀의 감정을 회사 지침으로 막기는 힘든가보다. 이미 전 직장 동기 한 명은 승객과 결혼해서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런 만남은 정말' 운명'인 거 같다. 어제 있었던 일을 한번 쭉 적어본다. 탑승할 때 우연히 만나서 초콜릿을 전해줬던 이 분을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미소가 지어진다.


호텔 앞 카페에서 베이글과 카페라테를 주문한 후 엄마와 통화한다.

" 엄마, 제주도에서 뭐 필요한 거 없어요? 엄마 좋아하는 오메기 떡 사 갈까요? 아님 감귤?"

" 딸, 다 사 오면 되지? 뭘 물어봐!"

"역시 울 엄마, 현명한 선택인데요. 알겠어요!! 동문시장 들러서 다 사갈게요! "

맞다. 이런 건 물어보지 않고 바로 사 가면 좋다. 예기치 못한 선물이 더 좋으니까.


동문시장에 가니 방금 먹었는데도 배가 다시 고프다. 분식이 나를 보고 손짓한다. 그 유혹을 못 이기고 혼자서 떡볶이와 김밥 그리고 만두까지 들어있는 모닥치기를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역시 이걸 먹어야 제주 비행온 것 같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쇼핑할 시간이다. 먼저 오메기떡을 사고 감귤을 사러 간다. 사장님이 뭔가를 먹어보라고 주시는데 달고 맛있다.

"이거 천해향인데 맛있어! 지금 사면 좀 할인해 줄게!"

많이 먹고 기분 좋은 나는 망설임 없이 천해향도 산다. 사장님이 서울 가면서 먹으라고 감귤 몇 개를 챙겨주신다.


국내 비행은 체류시간이 짧아서 가까운 바다를 보러 가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호텔 근처에 시장이 있어 제주도라는 게 실감 난다. 기분 좋게 돈 쓰고 다시 호텔로 간다. 3시간 후면 다시 비행이다.


방에 들어오니 초콜릿이 선반에 그대로 놓여있다. 또다시 고민을 한다. '초콜릿 잘 먹었다고 메일 보낼까...'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14. 이건 우연일까? 인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