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설 연휴 첫날
예년 같으면 해외여행 떠났을 텐데
동네서점 산책으로 작은 여행을 떠나본다.
서울의 독립서점들 소개하는 블로그에서 본 적 있지만
방문은 오늘이 처음이다.
사진으로 본 서점은 밝은 색 인테리어와
붉은 바탕에 흰색으로 index라 적힌 간판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이층으로 돼있는지 서점 전체를 내려다보는 사진도 보인다.
기대된다.
건대입구역에 내리니 대학생들이 제법 지나다닌다.
어두운 시국과 상관없이 연신 웃으며 지나는 모습들이 싱그러워 보인다.
내가 늙긴 늙었나봐. 젊은이들이 마냥 예쁘게 보이니 말이다.
이백 미터쯤 걸으니 보이는 파란색 컨테이너 건물들.
커먼그라운드라고 젊은이들 사이에선 사진 스팟으로 유명한 곳인지
사진 찍는 이들이 여럿 보인다.
나는 그런 젊음이 없으니 인증 사진은 통과.
빨리 나의 낭만이 있는 서점으로 가보자.
3층에 자리한 인덱스 서점.
책방 입구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여기가 내 취향에 맞는지, 아닌지
여긴 일단 내 취향.
나무에서 나온 게 책
그래서 책과 나무가 잘 어우러져야 서점답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서점 취향인데, 인덱스가 그런 곳이다.
나무로 만든 틀에 커다란 유리를 끼워넣은 문 너머로 내부가 보인다.
계단과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미닫이 문을 최대한 소리 안 나게 닫고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오르니
커다란 식물이 환영해 준다.
나무 계단 입구를 올라가야 서점이 보이는
공간 구성이 맘에 든다.
입구 벽면에 배치된 책들은
내가 평소 궁금했던 책들이 여러 권 꽂혀있다.
읽어야 할지 들춰보기만 하고 작별해야 할지 고민했던 책들.
실물로 볼 수 있게 한 곳에 모아 두셨다니.
(물론 나를 위한 배치는 아니었겠지만)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잠시 서서 하나씩 꺼내본다.
어떤 책은 너무 낯간지럽게 가볍고
어떤 책은 엄두가 안 나게 어려워 고민에서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벽면 서가는 디자인으로 시작해
출판, 철학, 문학작품 등 한 주제로 책장을 하나씩 배정해 두었다.
가운데 공간은 독립출판물과 각종 잡지 등이 있고
한 출판사의 책만 따로 떼어 작은 책장으로 모아 두기도 했다.
넓은 공간이 아닌데도 책 구성과 배열이 깔끔해서
마치 전시장에서 작품을 접하듯 책들을 감상하게 만든다.
사진에서 본, 서점을 조망하듯 찍은 광경은
카페 공간인 위층에 올라가니 이해가 된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 커피를 못 마시니
나중엔 좀 더 일찍 와서 저기 앉아 책을 봐야지.
학생들이 책을 보러, 커피를 마시러도 제법 들어와서
서점을 가득 채웠다.
핸드폰이 아닌, 책을 보기 위해 숙인 고개들.
언제 봐도 이런 풍경은 좋다.
집에도 안 읽은 책이 쌓였는데...
오늘은 서점 구경만 하자고 다짐하고 나왔건만,
마지막 떠나기 전 입장권을 낸다는 생각으로
[첫 집 연대기]를 구입했다.
지금 나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아 읽어보고 싶었다.
계산대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내 눈에
벽에 붙은 포스터가 띄였다.
"Find your Own"이라는 글과 함께
책을 머리에 여러 권 얹고
손에도 책을 든 채 열심히 읽고 있는 여성.
읽고 있는 책에는 "index"라고 쓰인 책갈피가 꽂혀있는 포스터.
마테든, 스티커든, 포스터든 책 그림이 보이면 일단 사고 보는 나.
나: 저 포스터는 어디에 있나요?
INDEX: (밑에서 포스터를 꺼내며) 선물로 드릴게요.
나: 우와. 감사합니다.
공짜 좋아하는 나, 한국인이 틀림없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니 예쁜 구근 식물들이 눈에 띈다.
입춘대길이라는 문구도 보인다.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전시작품이구나.
그 곁에 실내식물 관련 책들도 정갈한 자세로 책장에 꽂혀있다.
우와. 정말 세심한 큐레이션이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포스터까지 구해서 나오니 뿌듯한 마음에
파란 컨테이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된다.
서점 도장이 찍힌 종이봉투와 돌돌 말린 포스터를 주인공으로.
젊은이들의 사진 취향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추억을 남겨본다.
서점이 있는 커먼그라운드는 의류, 소품 등 편집숍이 밀집된 건물이다.
분명 젊은이들로 붐볐을 매장이
코로나 여파로 매장마다 방문객이 없어 썰렁하다.
한가해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좋은 공간이 사라질까봐 걱정 된다.
코로나가 매장 운영방식을 바꾸고 있는 흐름에 이곳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시키지도 않은 걱정을 하면서 파란 컨테이너 건물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