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전시회

2020 규림일기 전시장

by 정제이

근래 성수동 구경을 자주 하게 된다.

노포들 사이로 근사한 카페나 가게들이 무심하게 공존하는 모습이 재밌다.

그 매력에 끌려 자꾸 가고 싶어 지는 장소다.


지난 주말엔 2020 규림일기 전시회를 보러 성수에 들렀다.

전시장은 라벨 회사에서 운영하는 작은 갤러리였다.

(라벨 회사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라니. 역시 특이하다.)

작지만 영감을 주는 전시회가 좋은 요즘이다.

한 사람을 한 주제로 알아가고 영감을 받기에 적합한 규모라 부담이 덜해서 그런가 생각해본다.


김규림 작가는 독립출판물 [뉴욕규림일기]와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 문구]를 읽고 알게 됐다.

정형화되지 않은 젊은이.

그래서 그녀의 행적을 접할 때마다 신선하단 느낌이 든다.

인터넷에서 종종 소식을 듣다 보니 본인은 모르는 데 나는 친밀(?)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조용한 골목에 낡은 2층 건물을 리모델링한 갤러리에 들어서니 작가님이 반갑게 인사해 주신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찬찬히 전시장을 둘러본다.

올해 쓴 (그림) 일기장 중에 고른 내용을 A4 사이즈로 벽 두 면을 채운 게 인상적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하루를 두 번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성인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것을 좋아한다... 꿈을 꿀 수 있는 건 아무쪼록 기쁜 일.

나만의 알고리즘 노트를 써본다.

하루에 한 시간씩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기’ 빈 책상에 메모지와 필기구만 두고 외부 정보 없이 오로지 머릿속 생각들만 꺼내본다. 의외의 내면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림일기인데 그림과 함께 적은 문장이 생각하게 만들고 영감을 준다.

전시장 곳곳에 포인트로 장식된 오렌지 색 원형 스티커에서 작가의 밝음이 묻어 나오는 듯하다.

보는 이에게도 그 상큼한 기운이 전해진다.

오렌지색 원형 스티커에 방명록을 써서 한쪽 벽에 붙일 수 있게 해 두었다.

작가의 센스와 라벨 회사의 어시스트, 방문객의 참여가 만든, 협업이 돋보이는 벽이다.

제주 산방산 아트페어에서도 그렇고

작은 규모의 전시는 흰 벽과 빔프로젝터 활용이 필수인 듯하다.

일기를 쓰고 있는 작가의 브이로그를 빈 벽에 쏴주니, 공간이 입체적이고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관람을 마치고 작가님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가져간 뇌트(뇌+노트)에 그림 사인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그려주신다.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 나누고 그림 사인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인사까지 나눌 시간이 생길 줄 알았으면 귤이라도 사 가지고 갈걸.

아무튼 작가님의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


낡은 건물에 2020년 그림일기를 전시하니 새롭다.
영감을 주는 기록들은 사진으로 찍어왔다.
재밌는 구성들
흰 벽에 그림일기를 낱장으로 붙여 놓으니 한참 보게 된다. 계절변화, 여행, 일상생각, 기록이 주제다.
(우)빔프로젝터로 일기 쓰는 영상이 공간을 풍성하게 해준다. (좌)직접 제작한 일기장에 개성을 살린 스티커들이 돋보인다.
방명록을 이렇게 활용하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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