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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Dec 10. 2022

지적장애아이 메타인지 높이는 방법

지적장애아이에게 세분화시켜 질문하세요


인지(cognition)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여 안다는 뜻이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발견하고 통제하는 정신 작용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인지는 지식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지만 메타인지는 자신의 지식 상태를 파악하고 그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계의 인식 능력과 인간의 인지 능력이 차별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은 1976년 처음으로 ‘메타인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간의 인지 능력 중 메타인지의 발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메타인지를 통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계획을 세우며, 얻어진 해답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관찰하고 통제하는 사고 활동을 거친다.


지적장애아이들에게 있어 지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메타인지는 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은 어떤 행동하기 전에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즉,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행동을 잘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다. 지적장애아이들이나 ADHD 아이들은 행동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에게 10 +20을 물어보면, 12라고 대답한다. 왜냐면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10에 뒤에 오는 수를 붙여 말하기 때문이다.


행동하기 전에 두 가지를 생각하게 습관을 들어야 한다.

1.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2. 내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10+20을 풀어야 한다면,

1. 나는 무엇을 해결해야 할까?

내가 할 일은 10과 20을 더하는 것이다.

2. 그럼 어떻게 더해야 할까?

일의 자리부터 더해야 한다.

0+0=0

4.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십의 자리를 더해야 한다.

10+20=30

5. 그다음은 어떡할까?

일의 자리는 0, 십의 자리는 30이니까 30이다.

6. 내가 계산한 결과가 맞는 것인가?

정답을 확인해 본다.


만일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면,

1.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옷부터 갈아입어야 한다.

2. 그럼 어떡해야 하나?

잠옷을 벗고 외출복을 입어야 한다.

3. 잠옷을 벗으면 어떻게 하나?

잠옷을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

4. 잠옷을 제자리에 두었으니 그다음은?

외출복을 입어야 한다.

5. 외출복은 어디에 있을까?

옷 서랍장에 있다.

6. 어떻게 입어야 할까?

속옷부터 입고 티와 바지를 입어야 한다.

7. 아래위 옷을 다 입었다. 끝났나?

아니다. 양말을 신어야 한다.

8. 양말을 어떻게 신어야 할까?

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윗부분부터 신으며 맨 밑을 엄지발가락에 맞춘다.

9. 다 입은 거 같은데 확인해볼까?

거울로 확인해 본다.


메타인지를 도와주기 위해서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세분화와 산파술이다.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토론의 기술은 산파술이었다. 산파술은 산모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도록 산파가 옆에서 도와주는 기술을 말하는데, 소크라테스의 화법이 이와 같았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단계적인 질문을 하여 그의 무지 혹은 이미 알고 있는 '앎'을 일깨워주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타인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다. 그들이 이미 알고 있지만 잊어버린 지식을 떠올리게 도울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를 가르치는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 어느 날 매논은 그의 산파술에 의문을 가지고 물었다. "어떻게 우리가 배우지도 않은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매논의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기하학을 배운 적이 없는 소년에게 사각형을 그리며 이런저런 질문을 유도했고 노예 소년은 소크라테스가 원하는 답을 말할 수 있었다. 이것이 산파술이다. 소크라테스는 노예 소년에게 기하학 지식을 가르쳤다고 여기지 않았다. 소년은 이미 기하학적 지식을 알고 있었고 자신은 그저 그걸 상기시켜주었다고 믿은 것이다. 그래서 산파술을 상기술이라고도 한다.

아이에게 어떤 수행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절대 일방적이거나 강요는 안된다.


15+9를 몰라서 어쩔 줄 몰라하면,

1. 두 수를 더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더해야 할까?

일의 자리인 5와 9라고 말할 것이다.

2. 그럼 두 수를 어떻게 더해야 할까?

여기서 두 수를 직접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세며 더할 수 있다. 그럼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그러나 더 좋은 전략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3. 9에게는 10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그럼 1이라고 말할 것이다.

4. 그럼 5는 9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몇 개가 남았을까?

4라고 대답할 것이다.

5. 그럼 5와 9를 더한 결과는 무엇일까?

14

6. 이제 일의 자리를 더했으니 무엇을 해야 할까?

십의 자리 더하기.

7. 15가 가지고 있는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끼리 더한 14의 십의 자리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

20

8. 그럼 답은?

24


답을 말하지 않고 아이가 풀 수 있게만 도와주되 아이가 이해 못 할 때에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세분화하며 양방향 소통을 해야 한다.


하브루타 교육도 결국 다 비슷하다. 질문을 통해 이해될 때까지 스스로 답을 구하는 방법이므로 메타인지를 높이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지능지수가 낮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단순히 지능지수(IQ)가 낮게 측정된 것이다. IQ만으로는 당신의 창의력, 인내심, 공감능력, 순발력 등 살아가기에 필요한 모든 역량들을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IQ는 보통 청소년기에 측정한 점수를 그대로 자신의 평생 IQ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IQ를 어린 시절 한번 측정하면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2011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IQ는 4년 동안 21점이 올라가거나 18점이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피츠버그대 정신과 레베카 프라이스 교수는 사람의 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뇌가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뇌에는 경험을 암호화하고 새로운 행동을 배우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학습에 대한 응답으로 뇌가 새로운 뉴런을 형성하고 뉴런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하는 것이다. 프라이스 교수는 뇌의 변화 능력과 새로운 신경세포는 60~70대 연령에도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IQ는 성인기에도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치매 연구에도 이 이론을 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능은 유전보다는 환경영향을 많이 받는다. 태어난 후 발육되는 가정환경도 중요하고 교육과 사회활동도 중요하다. 또한 임신 중의 모성 환경을 강조하는 여러 논문들의 결과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골든아워를 지난 지적장애아이들의 지능을 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포기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


‘내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무엇을 하든 먼저 저 두 가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 인내심을 가지고 세분화시켜 이해시켜야 한다. 그래도 힘들어하면 이해할 때까지 세분화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부피는 면을 적분한 것이고 면은 선을 적분한 것이고 선은 점을 적분한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의 점으로 시작되었다. 잘게 쪼개어 문답을 통해 이해를 도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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