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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Dec 03. 2022

손님과 소풍

내 아들은 내게 잠시 찾아온 손님

서울대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확 다가왔던 문장이 있었다"며 '당신 자녀를 나와 배우자에게 온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는 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귀한 손님이 오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대접하지 않냐. 내가 좋아하는 걸 강요하지 않는다"며 "소중히 여기고 개별자로 존중해야 한다. 좋은 부모는 귀하게 와준 우리 아이에게 온전히 애정을 쏟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가고 싶어 할 때 언제든지 가게 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며칠 전 아동발달센터 건물 계단에서 6살쯤 돼 보이는 아이를 다그치는 젊은 엄마를 보았다.

“ 너 엄마가 뭐라 그랬어. 열심히 하라고 했잖아. 근데 선생님 말씀 듣지도 않고 돌아다니기나 하고.”


나도 그랬었다. 40분 수업인데 대부분을 산만하게 돌아다니고 딴짓하고 결국 몇 마디 못 배우고 나와서 속상한 맘에 아이를 혼내고 다그치곤 했다.


최근 3달 동안 배운 미술 치료를 종료했다.

치료사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하셨고 점잖은 분이셨다. 그분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하셨다.


“3개월 가르치는 동안 아이가 제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짜증 나’와 ‘빨리빨리’라는 말이었습니다. “


짧은 대화였지만 내 반성은 오래도록 갔다. 짜증이란 표현은 우리 가족이 사용하는 말은 아니지만 ’빨리빨리’라는 말은 달고 산다.


아이는 책을 읽을 때 조사를 빼고 읽는다. 반찬을 먹을 때는 자주 손으로 먹는다. 숫자를 셈할 때도 자리하나 빼먹기 일쑤다. 옷을 입을 때도 거꾸로 입고, 양말은 손에 들고 차 안에서 신을 때도 많다. 빨리빨리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게 다 성격 급한 나 때문인 거 같아 미안하다.


김붕년 교수의 말처럼 그를 귀한 손님, 세상에서 사장 반가운 손님으로 여기고 살았으면 안 그랬을 텐데 많이 미안하다.


그의 한마디한마디를 소중히 듣고 대답해주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겨 존중해주고 그와 같이 있는 시간들을 감사해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보내야겠다. 천천히 천천히.

영원히 아들과 함께 할 수 없으니까.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의사가 말하길,


“아파서 곧 돌아가시는 분 모두는 마지막으로 남겨진 이들을 걱정하며 돌아가셔요. 정작 곧 죽을 자신을 걱정하지 않아요.”


죽을 때 되어서야 내 주위의 모두가 나를 찾아준 소중하고 고마운 손님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  그렇게 밉고 싫고 떠나고 싶었던 사람도 결국 다 소중한 손님이었다.


손님과 잘 놀다 다시 하늘로 가리라.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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