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아이수학 잘 가르치기
고대를 나오고 동대학 석사를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사교육 시장에서 평생 수학을 가르쳐왔다. 나에게 배워 서울대 의대를 간 학생도 있고 지방대학을 간 학생도 있다. 내 아들은 정작 내가 못 가르치고 있고 발달센터 인지 선생님들께 맡기고 있다.
최근 오래도록 믿고 따랐던 수학 인지 선생님이 언어치료 자격증을 따셔서 언어를 가르친다고 하기에 부랴부랴 다른 인지 치료 선생님께 수학을 부탁드렸다. 근데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전에 가르쳐준 선생님이 터치매쓰로 가르치셔서 그 습관을 버리고 새롭게 가르쳐야 한다고 하셨다.
비장애아이들 경우 어느 정도의 수감각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우리 아이는 그러질 못 했다. 가령 사탕 4개 있으면 숫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절반이 2개인 것을 알고 빼빼로의 중간을 물어보면 대략 어디쯤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중간을 안다는 것은 수의 양이나 크기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적장애아이들은 그런 수감각을 가지고 태어나질 못 했다. 시각장애인이 시감각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것처럼.
지적장애아이는 이런 능력 외에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것이 많다. 운동신경, 집중력, 시지각 등등. 또한 이런 이유로 인해 2차적인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불안, 강박, 우울 등이 그들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러니 그들을 가르치는 일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난 그동안 내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 대신 사랑을 쏟는 일에 집중했다. 물론 치료사들의 학습을 늘 모니터링하고 있긴 했다. 문제가 있는 것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의 경우에 있어서 효과적이지 않았던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다.
touch math
숫자에 정해진 점을 찍으며 수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주판알을 하나하나 세면서 수를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아이의 경우 터치매쓰는 독이었다. 왜 저렇게 세야 할까? 머릿속에서 수를 세어봐라. 저렇게 형상화되고 있나?
터치매쓰의 가장 큰 문제는 ADHD 아이의 경우 저렇게 세다가 빼먹는 일이 매우 잦다는 것이다. 그 말은 머릿속에서 형상화하지 못하고 계속 세고 있다는 것이다. 10 이하의 수를 점을 찍으며 계산하는 아이가 어디 있나?
또 다른 문제는 10 이상의 수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이어갈 것인가이다. 즉, ‘10진법의 수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라는 것이다. 10의 이하는 점으로 하면서 10 단위 100 단위의 수는 또 다른 논리로 세야 한다는 것이다. 수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그 프렉탈 구조는 똑같은 규칙과 논리로 되어있다. 그걸 그대로 이해해야지 점 몇 개의 위치로 이어가기에는 금방 바닥이 보일 것이다.
우리 아들의 경우는 점의 위치도 7년을 늘 다르게 셌다. 그런데도 그걸 7년을 고수해 왔다는 것이 참 유감이다.
ADHD이고 지능이 54이며 시지각과 수감각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우리 아이에게 터치매쓰는 효과적이지 않았고 지금은 터치매쓰를 지우느라 힘들어하고 있다.
레켄렉
주산과 같다.
먼저 1~5를 이해하고 (머릿속에서) 형상화하고
1~10으로 확장하고 형상화하고
10~20으로 확장하고 형상화한다.
그럼 20 이상은 어떡해하나?
이것이 바로 레켄렉의 위력이다.
1~5
1~10
10~20
1~20
순서로 아이에게 수를 덧뺄셈 가르치며 형상화시키면 저절로 한자리 이해와 두 자리 이해를 할 수 있다. 즉, 1과 10의 차이를 깨닫게 하는 것이 레켄렉의 궁극적 목표이다. 그렇게 되면 똑같은 논리로 10자리와 100자리를 적용할 것이다.
나는 늘 레켄렉으로 종종 했지만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냥 관망? 했던 터였다.
레켄렉에서 협찬받아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와 같이 소중한 시간을 버리고 다시 되돌아가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