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좋은 점과 실망한 점
프랑스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유독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시아 국가들 중, 애니메이션과 초밥으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은 조금은 색달랐다. 어떤 이들은 케이팝에 대한 열정으로, 어떤 이들은 건강에도 좋고 모양도 예쁜 비빔밥에 대한 사랑으로, 각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한국을 알게 되었다. 이들 중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직접 한국을 방문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최근 15일의 일정으로 처음 한국을 다녀온 친구들과 여행담을 나눌 수 있었다.
서울과 대구에서 각 1주일씩 시간을 보내고 온 친구들의 첫 대답은,
"한국에 또 가고 싶어."였다.
편리한 생활방식 - 먼저 인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모던함과 최첨단 기술을 갖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사람보다 안내로봇이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네주고 어디서나 쉽게 연결되는 와이파이 사용이 가장 먼저 언급되었다. 특히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일지라도, 서울시내에서 광역버스를 타기 전 '빈자리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신기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 서비스 하나로 메신저, 지도, 은행 등 모든 업무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점도 언급하였다.
맛있는 음식 - 빵과 치즈로 익숙한 프랑스 사람들에게 고춧가루가 팍팍 들어간 우리 한국의 매운 음식들이 잘 맞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국의 매운 음식부터 온갖 종류의 다양한 반찬 문화에 반했다고 한다. 흔히 알려져 있는 배추김치를 포함해 프랑스에서 맛볼 수 없었던 오이김치, 파김치, 깻잎김치, 물김치 등 다양한 김치 종류에 놀랐고 서울의 번화가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을 가장 즐겼다고 한다. 특히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광장시장을 5번도 넘게 방문했다고 하니 가장 한국스러운 맛을 즐긴 모습이었다.
정을 나눠주는 사람들 - 뭐니 뭐니 해도 한국 방문에서 외국인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사람'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 한국인들의 특별한 '정'이 있다. 멀리서 한국을 방문해 주고 찾아주는 외국인들에 대한 따뜻한 열린 마음이 다른 국가를 여행할 때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었다고 한다. 광장시장에서 음식을 파는 아주머니와 서로의 언어를 알지 못해도 눈으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며 그 감동을 잊지 못했다.
노년층의 태도 - 친절하고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과의 경험에서 딱 한 부분은 놀랐던 점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중장년층 혹은 노년층의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을 때, 모두가 줄을 서고 기다릴 때 우리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내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겠노라고 새치기하는 뻔뻔한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라 당연해.'라고 설명해 주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국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나이 문화로 존대와 서열이 결정되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어쩌면 외국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될 수도 있었다.
청결한 듯 더러운 거리 - 인천공항에서부터 서울시내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탔을 때, 아마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깨끗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약 1주일 간 서울시내 한 중심에서 생활하며 점점 도시의 삶을 가까이서 접하면서 다른 모습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 바쁜 직장인들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사이, 빌딩 골목골목에서 숨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퇴근 후 밤늦게까지 음주문화를 즐기며 자유롭게 거리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이 청결하고 모던한 한국의 모습과 상반된 모습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남에게 보이지 않는 골목이니까, 늦은 시간이니까, 아무 데나 꽁초를 버리는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닌지. 남이 보지 않더라고 스스로가 더 성숙된 흡연 문화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24시간 연속 몰래카메라 - 프랑스 친구들에게 가장 큰 충격은 바로 한국 도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몰래카메라'였다. 나는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도난 방지 및 치안의 목적으로 설치되어 있던 모습은 기억했다. 그런데 길가에서도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직접 보았다고 한다. 아마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는 우리 사회의 당연한 문화라고 여기며 신중하게 관찰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범죄율이 낮은 사회이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 이해가 어렵다는 프랑스 친구들의 의견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가장 범죄율이 높은 파리 외곽 도시에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 몰래카메라를 도심에 설치했다 본인의 사생활을 다 드러내는 모습에 시민들의 반발로 결국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사생활과 안전 보장, 우리 생활 속 안전을 책임지면서도 모든 정보가 다 노출되는 불안한 요소도 분명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