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선택한 프리랜서의 일
프랑스에 와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나의 미래는 걱정 없이 준비가 될 줄 알았다. 내가 가진 7년간의 아프리카에서의 현장 경험과 대학원 졸업장이 있으면 원하는 국제기구로의 취업도 거뜬할 줄 알았다. 자신감이었을까. 아니면 어리석은 현실 판단이었을까. 졸업 후 몇 개월은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 이곳저곳 지원서를 쓰는 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가 큰소리치며 가고 싶어 했던 국제기구에서의 답변은 들을 수도 없었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의궁심만 커져갔다.
그 과정 속에서 합격 소식을 받은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 취업을 위해서 100% 마음의 확신이 서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울리지 않는 곳은 과감히 거절을 하고 계속해서 나의 도전과 실패는 이어져 갔다.
대학원에 오기 전에는 지금까지의 아프리카에서의 현장 경험을 살려 국제기구 본부에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국제개발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정책을 만들어 내는 본부와 그 정책을 실제 사업으로 만들어 내는 현장 간의 많은 차이점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길에 대한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국제개발이라는 일, 학문으로 직접 배워보니 이것이 얼마나 서양인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일방적인 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국제개발 일을 위해 다시 아프리카 땅을 찾고자 하는 내 마음속 갈등이 몰려왔다. 만약 이번에 다시 아프리카를 찾는다면 일방적인 원조사업이 아닌 지역인들 중심의 일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오래 그곳에 남아 사업의 지속성을 지켜볼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확히 떠올리지 못하는 나를 보고 내가 가졌던 꿈에 대한 깊은 회의로 이어졌다.
그리고 당장 다시 아프리카를 찾는 꿈을 뒤로하기로 했다. 그리고 프랑스에 좀 더 남아 내가 잘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이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내게는 '의사소통' 능력과 '홍보마케팅' 두 분야의 강점이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 4년 동안 광고홍보를 전공하며 디자인, 사진, 영상 분야의 기술을 익혔었다. 또한 국제개발 일을 하면서 외국어 능력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 두 분야의 일을 보다 전문적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프랑스 스타트업 회사에서 파트너십 담당자로 일을 하며 나의 능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 내게 찾아온 기회는 '프리랜서'라는 새로운 형태의 일이었다. 보통의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근무 형태가 아닌 내가 원하는 곳에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형태였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것 외에도 일을 하는 방식에서도 스스로가 나만의 업무 방식과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 했다. 조직 내에서 일을 할 때는 직속 상사나 조직 내 역량이 높은 멘토를 만나 업무에 필요한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프리랜서의 경우 이 부분을 모두 스스로가 해결해야 했다.
파트너십 담당자로 일을 하면서 이곳저곳 발로 뛰어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의 또 다른 강점인 홍보분야의 글쓰기와 인터뷰 관련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새로운 분야의 금융업계 핀테크 기술에 대한 많은 기사글을 작성하였고 프랑스 파리 시내의 대기업부터 1인 창업자들까지,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져왔다. 클라이언트와 약속을 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한 질문을 준비하고 하나의 인터뷰 완성 물을 만들어 내면서 그동안 몰랐던 프랑스 내 기업 문화도 엿볼 수 있었고 나의 기술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내게는 프리랜서가 삶이 결코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프리랜서의 길은 '창업자의 길'과 같다고 했다. 그만큼 단기간에 그 성과를 이루어낼 수 없으며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만 그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었다. 아직 1년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자유롭지만 외로이 헤쳐 나가야 하는 프리랜서의 길이 쉽지 않았다. 다시 조직에 들어가서 일을 해 보고 싶은 욕구가 찾아왔다.
내가 다시 조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직 내의 구성원들과 일을 하고 싶었다. 조직 내에 일을 하면 당연히 찾아오는 상사와의 갈등, 동료들과의 경쟁관계, 승진을 위한 성과 관리 등 많은 스트레스가 먼저 떠올라진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갈등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인간관계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조직 내에서 모두가 함께 이뤄내는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일을 다시 찾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시간이 지나 나만의 뚜렷한 강점과 기술이 발전된 단계에서 숙련된 프리랜서의 삶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시 조직 내에 들어가 나와 비슷한 비전을 가지고 조직의 구성원으로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과 얽히며 설키며 일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지난 9개월 간의 프리랜서로의 삶, 내게는 큰 도전이자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