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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Apr 21. 2020

나의 동기가 생겼다.


한국의 대규모 회사에서 입사를 한다면 먼저 나와 함께 시작하는 동기가 중요할 것이다. 전체 직원 수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나와 함께 일을 새로 시작할 동기를 여러 명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일을 시작한 지 3일 후, 나의 동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과연 어떤 동기가 생길까? 


왜 나와 같은 날 일을 시작하지 않은 것일까? 나와 함께 일을 시작할 친구였지만 독일에서 거주하다 직장을 옮기게 되어, 이사 문제로 3일 늦게 출근을 한다고 한다. 아, 그럼 과연 독일 사람인가? 남자일까? 여자일까? 나보다 나이는 많을까? 적을까? 사무실 내 다른 동료들에게 머릿속 궁금한 점들을 하나하나 캐물어보지는 못하고 혼자 호기심을 가득 품은 채, 나의 동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잔뜩 설렌 마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하니 이미 동료가 일찍 도착해서 다른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스쳐 지나간다면 같은 대륙 아시아에서 온 인도인이라고 착각할 만한 모습을 가졌고, 아담한 키의 남자였다.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외모만 보고 프랑스인인지 나처럼 외국인인지 쉽게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나이는 나보다 많이 어려 보였지만 아직은 서로의 소개를 나눌 차례였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반갑게 인사를 건네어 보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Paris, @Jyuapics 2018


영어가 좋을까? 프랑스어가 좋을까?


첫인사를 나누고 내가 사용하고 있던 사무실에 우리 둘이 남게 되었다. 인사 후에도 서로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그래도 지난 이틀 동안 내가 먼저 배운 업무에 대한 소개도 나누어야 하는데, 순간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내게 조금 더 편한 영어로 말을 건네도 좋을까? 인사를 나눌 당시 나의 짧은 관찰로는, 프랑스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영어 발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영어가 모국어라고 하기에는 프랑스어가 너무 완벽했다.


다행히 그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실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3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한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이곳에 도착하기 전 지난 7개월 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같은 기구에서 근무를 한 경험으로 어쩌면 직장 내에서는 나보다 선배였다. 또한 작은 규모의 파리 사무소와 달리 수백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독일 사무소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 동료는 프랑스인이었다. 태생은 영국 런던이 고향이지만 프랑스에서 자라고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인도인의 얼굴을 가진 그의 배경이 더 궁금해졌다. 아프리카 지역의 많은 나라들을 점령했던 프랑스이기에, 아랍인의 얼굴을 하고 흑인의 얼굴을 한 '프랑스인'들은 많다. 하지만 인도인의 배경을 가진 프랑스인은 흔하지 않았기에 괜히 더 궁금했던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프리카 모리셔스 출신, 아버지는 캐리비안 해 과들루프라는 섬에서 온 이민자들이었다.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섬에서 대서양을 거쳐 캐리비안의 작은 섬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놀랍지도 않은 사실은 두 나라 모두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곳들이다. 모리셔스는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을 받았고 과들루프의 경우 프랑스의 행정자치구역으로 여겨지는 해외 영토인 곳으로 모든 정치와 경제 통제권이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렇게 프랑스의 영향으로 부모는 지구촌 반대편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프랑스에서 인연을 만들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인도계 후예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모리셔스 출신의 어머니의 영향으로 나의 동료는 인도계의 강한 외모를 가질 있었다. 


이렇게 조금은 색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의 동기와의 첫날 대화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아직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짧은 시간 같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나보다는 조금 더 꼼꼼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내는 능력이 있어 보였다. 경쟁과 시기보다는 화합과 팀워크로 우리 둘의 일의 조합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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