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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Jan 10. 2022

캠핑카 타고 주말여행, 라 호쉬 귀용

파리 인근 주말여행

지난여름, 빈티지 캠핑카를 구입한 친구들 스테파니(Stephanie)와 세드릭(Cedric)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번 주 일요일 캠핑카 타고 소풍 떠날까?"

"너무 좋지! 뭐 챙겨갈까?"

"우리가 간단히 점심 먹을 것들을 챙길 테니까 음료수만 준비해줘!"


잠시 도시를 벗어나 싱그러운 초록의 여름날을 즐기기 위해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친구 세드릭이 구입한 빈티지 폭스바겐 캠핑카, @Juyapics, 2019


세드릭이 구입한 폭스바겐 캠핑카는 아주 색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져 대서양을 거쳐 영국으로 넘어온 후, 다시 한번 바다를 건너 벨기에에서 최종 판매가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그 주인을 만나 50년이 지나도 큰 엔진 소리와 함께 쌩쌩 잘 달리고 있는 중이다. 지나온 시간만큼 차 내부에는 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빈티지 감성이 전해지는 다양한 스티커와 장식품들로 가득했다.


아담한 크기의 캠핑카이지만 차 내부에는 침대부터 식탁, 냉장고, 요리 시설까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오늘과 같은 당일치기 여행이 아닌 몇 주간의 긴 여름휴가를 떠날 때도 이 캠핑카 하나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덜컹덜컹 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약 1시간을 달려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프랑스 백상 자연공원(Parc naturel regional du Vexin)이었다. 시원한 여름 하늘이 전해주는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자연 벌판에 서 있노라니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지. 캠핑카 냉장고에서 가지고 온 여러 음식들을 꺼내고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 소풍을 더 즐겨보기로 했다. 


잠시 길을 멈추고 숲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Juyapics, 2019


프랑스 친구들이 준비 한 간단한 점심 식사, @Juyapics, 2019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캠핑 음식들은 아주 간단했다. 바게트 빵, 치즈, 버터, 햄, 샐러드, 음료수만 있으면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한 끼 거뜬한 점심 식사가 완성됐다. 따뜻한 밥과 국이 있는 한국에서의 든든한 식사 풍경과는 다르지만 광활하고 쾌적한 자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식사였다.


친구들과 신나게 자연 속에서 즐거움도 맛도 두 배로 즐긴 식사 후, 오늘 여행의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다시 차에 올랐다. 


이번 주말여행의 목적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파리 외곽, 발 두와즈(Val d'Oise) 지역에 있는 라 호쉬 귀용(La Roche Guyon)이라는 곳이었다. 파리 북서쪽 방향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는 곳이며, 인구 50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곳에 중세시대 그대로의 성(Castle)이 보존되어 있어 그곳을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라 호쉬 귀용 성의 입구를 향하는 중, @Juyapics, 2019


라 호쉬 귀용(La Roche Guyon) 성에 도착하니 뭔가 신기하고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보통 프랑스에 있는 다른 성(Castle)들을 방문할 때 가장 처음 눈에 들어왔던 반듯한 정원이 있고 화려한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오르막길을 올라 산 중턱에 있는 커다란 절벽처럼 보이는 바위에 파묻혀 있는 성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했다.


12세기에 건축 된 라 호쉬 귀용 성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중세시대 전쟁에서부터 계몽주의 및 인상파 시대를 걸쳐 1944년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 침략기간까지.. 이 모든 시간을 걸쳐 여러 차례에 행해진 유지와 보수 작업을 통해 지금의 우리에게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파른 산의 정상과 맞닿은 성의 꼭대기에는 중세시대 외부로부터의 침략에서 보호하기 위한 성탑이 눈에 띄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 내부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지하창고가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군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었다. 감히 12세기에 만들어 진 오래된 성이라고 하기에는 당시의 유능한 건축기술을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성의 내부에서 바라 본 센느 강을 따라 만들어 진 마을 모습, @Juyapics, 2019


라 호쉬 귀용 성 내부에 들어가면 놀라운 건축 양식뿐 아니라 이곳의 또 다른 볼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성 내부에 있는 창문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시 풍경이었다. 아름다운 센느 강의 강둑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는 모습과 센느 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의 모습이 동화 속 마을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냈다.


웅장한 라 호쉬 귀용 성의 풍경, @Juyapics, 2019


또한 성에서 조금 걸어 나오면 1년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이 피는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다. 예쁜 정원 한 켠에는 싱싱한 과일밭도 보였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7월의 여름날에는 맛있는 사과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려있었다. 


이곳 정원에서 여유롭게 산책하며 잠시 눈을 돌려보니 방금 우리가 방문했었던 라 호쉬 귀용 성이 웅장하게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뚝 솟은 센느 계곡의 기슭을 바라보며 마치 마을을 지켜주고 있는 듯, 1000년이 넘는 백악 절벽의 꼭대기를 자랑하는 위풍당당한 모습이 돋보였다.  


아름다운 프랑스의 자연과 바로 맞닿아 있어 더욱 그 매력이 돋보이는 곳, 그래서 파리 지역 내 유일하게 선정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Plus beau village de France) 이 아닐까 싶었다. 지중해 연안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나코 왕국이 있다면, 파리 인근의 센느강을 바라보는 고귀한 성, 라 호쉬 귀용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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