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식사할 때 아내와 나의 대화 주제는 ‘신박한 생활 아이디어’였다. 출발점은 아내의 검색벽이었다. 한동안 인테리어에 몰두하던 아내가 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인테리어 책과 잡지를 빌려주던 도서관은 뒷전이 되었다. ‘손 안의 백과사전’ 핸드폰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소파에서, 책상에서, 카페에서 열심히 검색하는 아내. “뭘 그렇게 보느냐, 눈 아프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아내는 답이 없다. 음, 삼매의 경지에 빠졌군. 어떤 경지였는지는 얼마 후 밝혀졌다. 아내는 자신이 요즘 SNS(*)에서 일상생활에 도움되는 산뜻한 아이디어들을 열심히 검색한다고 설명했다.
오늘 아침 식사가 그 설명의 연장선이었다. 다 먹은 토마토 그릇에 아주 작은 날파리가 날아든 것을 보고, 내가 “식초 때문인가”하며 한 마디 했다. 얼마 전 선물 받은 화이트 발사믹 식초를 여러 음식에 뿌려먹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는 토마토에 뿌렸다. 보통 식초들과 달리 선물 받은 식초는 신맛은 덜 하고, 달큼한 맛이 강했다. 그 때문에 날파리가 날아들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지 않아도 수박과 키위 등 과일 때문에 날파리가 한두 마리 보여서 신경이 쓰이던 차였다.
아내의 아이디어 상자가 열렸다(나는 왜 여기서 판도라의 상자를 떠올렸을까).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에프킬라를 뿌려놓으면 날파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쓰레기통에 수거용 봉투를 씌울 때도 에프킬라를 뿌리면 된단다. 만병통치가 아니라, 만충퇴치 쯤 되는 요법이다. 어렵지도 않고, 위생상 나쁘지도 않을 것 같아서, 인정!
이어서 설거지 거치대에 묻은 때 청소법(베이킹파우더를 뿌린 후 닦는다), 목욕탕 물품을 관리하는 법(바닥에 놓지 말고 최대한 벽에 걸어라), 덩어리 버터 자르는 법(식도나 과도 날 부분에 종이 호일을 끼워서 자른다), 케이크를 잘라서 냉동에 보관하는 법(플라스틱 그릇의 뚜껑을 바닥으로 삼고, 그릇 몸체를 위에 덮는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화에 나오는 소세지처럼 줄줄이 나왔다.
그제서야 나는 그 정보들을 어디서 보았느냐고 조금 진지하게 물었다. 아내는 “전에 얘기했잖아”하며, '인OOO램'을 입에 올린다. 나는 인OOO램이 음식 사진이나, 홍보물로 도배 됐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것도 편견이었던 모양이다.
사진 출처(대문 사진 포함) : pixabay
그래도 너무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며 ‘맹신 지옥’을 떠올릴 즈음 아내 스스로도 느낀 모양이다. 한 마디 한다. 자신이 요즘 이 SNS 생활 정보를 조금 맹신하는 것 같다고.
나는 아내에게 점수 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마디 했다. “도움 되는 정보가 여럿 있네. 유효기간 지난 에프킬라는 그런 데 쓰면 되겠어(에프킬라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맹신이 문제가 아니라, 나처럼 무조건 불신하는 게 더 문제지.”
이 때 내 머릿속에는 아내의 다양한 취미 생활이 떠올랐다. 배드민턴, 테니스, 볼링, 도자기 빚기, 수영... 아주 최근에는 그림에도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재주가 있으면 그림도 좀 배우고 싶은데...”
나는 포춘텔러가 주문을 외우듯 속으로 되뇌었다. ‘아이디어 검색, 오래 가지 않는다, 오래 가지 않는다...’
*SNS : 이 글에서는 '서구식 용어'인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택하지 않고, 한국식 용어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