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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May 31. 2021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

신데렐로의 졸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주로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이 말을 쓴다. 이 문장은 행-불행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 한 문장만으로는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지난 주 나에게 이 ‘별 일’이 생겼다. 다행히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글과 관계된 일이라,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 그 소식을 남기려고 한다.


지난 주 목요일 오후, 숙제처럼 생각하는 ‘브런치에 글 올리기’를 마친 후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집 부근의 새로 찾은 선술집(이자카야)에서 저녁을 겸해 술도 한 잔 마셨다. 아내의 눈치가 보여 정량에 조금 못 미치게 마셨다. 8시 반쯤 집에 들어왔는데, 바로 그때 톡이 들어왔다. 톡 올 일이 없는데, 하며 확인했더니 출판사였다. 


‘뭣이라...’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공모전에 출품한 나의 글(작품이라고 부르려니 차마 그리 하기 어렵다.) ‘나는 요리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우수콘텐츠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올 1월 중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예상보다 조금 빨리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됐다. 두 번째 책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써놓은 원고가 꽤 있었지만 연재는 처음이라 걱정이 됐다. 내 스타일이 아닌 걱정... 몇 주 동안 몰아서 원고를 더 썼고, 2월 8일에 첫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재미 뒤 끝에는 늘 부담이 따라 다녔다. 


그때 첫 책을 낸 출판사에서 두 번째 책 출간 계약을 제안해 왔다. 모아놓은 원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공모전 출품도 의논해 왔다. 공모전 출품은 출판사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 후 출판사 측에서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원고를 더 써달라고 독촉을 해 왔다.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도 부담스런 판에... 브런치 매거진 제목이자 출품 책의 가제인 ‘나는 요리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에 마음이 불편했던 적도 있다. 결과가 좋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출품하면서 일말의 기대가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나는 적어도 그만큼은 솔직하다고 자부한다. 별 걸 다 자부한다). 그런데 ‘별 일’이 생겼다. 아내 따라 ‘스타’벅스에 자주 가서 생긴 ‘별’ 일인가. 


그렇게 우수출판콘텐츠 문학부문에 선정이 됐고, 11월말 전에는 책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 생겼다. 출품 때 상당량의 원고를 넘겼으니 시간 못 지킬 일은 없을 듯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더니, 출판사 덕에 팔자에 없는 ‘글상’을 다 받아본다.


신데렐로 방 책장의 소중한 책 두 종류. 왼쪽은 고우영 선생의 <만화 십팔사략> 시리즈 전권. 오른쪽은 신데렐로의 첫번째 책.


내가 쓴 글을 담은 책 한 권 갖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두 권도 아니고, 책 한 권이었다. 4년 전 인쇄된 첫 책을 받아들고, ‘평생 책 쓰겠다는 말만 하던 사람’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다. 기뻐할 일이 맞지만 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내 삶의 지론은 ‘반반’이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아니라, ‘인생은 기쁜 일이 반이면 안 좋은 일도 반’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지 않지만, 살아보니 그런 생각이 종종 든다. 평소 노장(老莊)을 신봉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최근에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기억이 없는데... 그렇다면 이제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  ‘... 도내구 몰신불태 道乃久 沒身不殆’(... 도는 영원하다. 도를 따르면 끝까지 위태로움이 없을 것이다/노자 16장)할 수 있도록 촐랑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목에서 얼마 전 브런치에서 읽은 글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나의 브런치에 들르고 관심을 표해주신 ‘호비와 호지의 아빠(이하 호호작가)’ 작가 브런치에서 읽은 <브런치에 글을 쓰며 느끼는 세대 차이>가 그것이다. 

호호작가는 그 글에서 “... 그에 비해 나를 포함한 소위 ‘기성세대’ 작가들은 조금은 후줄근하다”는 탁견으로 나의 작은 눈을 크게 떠지게 만들었다. 

기성세대들은 인용할 때도 “사서삼경의 무슨 무슨 편을 보면...”과 같은 소리를 한다고도 했다. 내가 이번에는 사서삼경을 들먹이지는 않았으나, 노자를 끌어왔으니 오십보 백보다.

(호비와 호지의 아빠 작가님의 사전 양해 없이 작가 분의 글을 무단으로 전재한 점, 이해해 주시기를 청한다.)


살다 살다 이런 자랑질도 해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글과 관계된 일이기에 글 쓰는 공간에 너스레를 늘어놓았다. "떠들만한 일이었다면 그럴 만했다고 혜량하여 주시고, ‘그깟 일’이었다면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런다면서 혜량하여 주시길" 바란다(*이 대목에서 라떼의 정점을 찍는다).


덕분에 오늘(월요일) 해야 하는 브런치 숙제는 이걸로 갈음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출처 : 대문사진-신데렐로의 아내가 기쁜 마음으로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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