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고택과 단주보이차, 화합청전和合青田

대만에서 차 마시고 놀기_타이페이 찻집 (5)

by 신디리박

타이베이에서 차를 마시기 위해 반나절 정도의 시간과 금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소개하고픈 곳이 있다.


바로 화합청전 和合靑田


화합청전 和合靑田
No. 10, Lane 8, Qingtian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106台北市大安區青田街8巷10號


여기도 청전가에 자리한 곳으로 외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적산 가옥이다.

그리고 이곳은 완전 예약제이므로 가기 전에 꼭 예약이 필수다. 심지어 입장료 (1인당 대만달러 600원)는 선금(계좌 송금)으로 받고 있다. 물론 메일을 보내 외국인이기에 계좌 지불이 불가함을 알려 후불로 결제하게끔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필자는 대만 지인 찬스를 통해 입장료를 미리 지불하였다.)



하루에 최대 1코스만 운영하고 해당 시간 내에 6명 정도의 방문객을 최대로 받고 있는 듯하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입구

이렇게 생긴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되는데, 재밌게도 문의 양 옆엔 차와 흙을 섞어 발라두었다. 자연과 벗하고 화합하고자 하는 것이 입구에서부터 드러난다.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일본스런 감각에 왠지 모를 거부감이 살짝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입장을 해본다.



어지럽게 또는 자연스럽게, 와비의 정신이 많이 느껴지는 정원을 쓱 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본다.



문을 드르륵 밀고 들어가면 편안한 침향 냄새가 느껴지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명록을 작성하여야 한다.

일본식 나무 바닥이기 때문에 양말 착용은 필수다! 양말이 없다면 제공해주기도 하는데 미묘하게 미끄럽고 답답하단 말이 있으니 혹시 방문을 예정하시는 분은 꼭 양말을 챙겨 가길 권한다.



입장을 하면 응접실 같은 공간에 앉은 후 끓여낸 보이숙차 한 잔을 내어준다. 아주 김이 폴폴 나는 보이차를 한 잔 하면서 오늘의 찻자리에 대한 개요를 들을 수 있다.

입장-화합청전 공간 소개 및 둘러보기(차문화 소개와 차 맛보기)-개별 티타임- 마무리

대략적으로 이런 내용이었다. 열심을 다해 소개해주는 직원 분의 열심에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어 듣기 평가와 같은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화합청전이라는 공간을 소개받아 둘러보았다.

우리가 맨 먼저 들어온 큰 출입구로 다시 나가서 보고 그 옆의 작은 문을 통해 다시금 정원으로 들어왔다.

작은 문의 의의는 일본의 와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을 늘 겸손하게 낮추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 한다.

화합청전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오면서 주인이 두세 번 정도 바뀌었고 한동안 아무도 살지 않다가 지금의 사장님이 건물을 사고 수리하여 차실과 문화 교류의 공간으로 대중에 소개하고 있다 했다. 덕분에 굉장히 일본 스러운 양식을 기본으로 하되 중국적인 특색이 많이 살아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길에 이렇게 돌이 놓여 있으면 출입을 하지 말란 뜻이다. 제주도의 울타리 문이랑 비슷한 느낌


건물의 옥상에는 특이하게 연못이 있다. 현 사장이 이곳에 오고 여기서 자연의 운치를 느끼면 좋겠다 하여 만든 공간이라고 하였다. 물아래 집이라니 흥미롭다.


건물을 한 바퀴 돌아 소개를 받고 나면 작은 차실에 들러 중국의 차문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송, 명, 청대 차를 마시는 방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을 들었다.

맨 처음 응접실 공간에 마셨던 차가 '끓인' 방식이었다면, 이곳 차실에선 '우려낸' 방식으로 차를 맛보았다.


보이차 생차(단주)를 맛보았는데, 먼저는 하룻밤 보온병에 우려낸 것을 맛보고 둘째로는 개완에 각각 우려서 마시는 방식으로 맛보았다.

탕색부터가 차이가 있는데, 하룻밤 차를 넣어 우린 것은 탕색이 더 주황빛을 띠며 맛도 순하고 부드럽고 단맛이 도드라졌다. 그에 비해 개완에 바로 우린 것은 탕색이 더 푸르며 향도 살아 있고 회감이 확실했다.

참여한 인원들에게 어느 것이 더 취향이냐고 직원 분이 물어오셨는데, 결과는 반반. 차는 아무래도 각자의 취향.


차를 비교하며 맛본 우리는 다시금 차실을 나서 '손을 씻으러 갔다. '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는 의식이겠거니 싶은데 손 씻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물을 떠서 왼손, 오른손에 물을 부어 헹구고 마지막으론 물을 뜬 국자(?) 손잡이까지 기울여 물을 흘려 마무리한다. 물 묻은 손을 털면 안 되고 나눠주는 핸드타월로 물기를 닦는다.

손을 씻고 나면 기념 사진을 찍는다. 필수 코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본 차실로 들어서면 마지막으로 세계의 차문화에 대해 짧게 설명해 준다. 수유차와 차마고도에 대한 이야기,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차문화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

튀르키예의 차 방식으로 차를 먹어보자며 세팅해 준 세 번째 찻자리. 폴폴 우린 홍차에 설탕이나 꿀을 더해 먹어보라 하였다. 꿀은 티스푼으로 떠서 차 한 모금 마신 후 입에 바로 넣으면 된다고.


꿀과 어울어지는 홍차 맛이 쌉쌀 달달해 기분 좋다


차실에서 준비한 세 번의 찻자리가 마무리된 후에는 팀별로 나뉘어 각자의 찻자리를 가지게 된다.

원하는 차를 고르고 안내받은 찻자리에서 편안하게 차를 즐기면 되는 시간이라 한다.

옛 일본식 구조가 남아 있는 방의 형태


메뉴에 있는 차는 고수 보이차, 단주 보이차, 운남 백차, 운남 홍차 등이었다. 금액대는 대만달러 700원대~십몇만원에 달하는 것까지 있었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가격에 놀랐고 한국에서 마시던 찻값 생각에 차마 단주 보이차를 주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소박하게 800원대의 운남 홍차를 주문하였다.

앙증맞게 준비된 과일과 찻잎이 올라간 바클라바 하나가 함께 준비되었다. 천천히 차를 우려내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일행과 함께 풀어내었다.

공간이 주는 특별함과 향긋한 차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원하면 물은 리필할 수 있고 2시간 정도의 시간이어서 편안하게 찻자리를 즐길 수 있다.

찻자리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아까 찍은 기념사진을 봉투에 고이 담아 준다.( 이 공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요소라 생각한다.)

차실을 떠날 때는 직원이 문 앞까지 따라 나와 마지막까지 배웅을 해 준다. 문을 나설 때까지 섬세한 배려를 받는 느낌이 든다.


차실을 나온 시간이 어언 오후 5시가량이 다 되었다. 화합청전이라는 공간에 오래 푹 담겼다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여유를 가지고 더욱 여유를 얻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