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들이 화려하게 나와서 환생하고 사랑하고 대립하고 화합하는 그런 내용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그것도 무려 1 시즌에 60화가 넘어가는 드라마. 인간들이랑 다를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신선들의 이야기를 60화 내내 지켜보며 제일 궁금했던 그들이 먹고 마시는 것들이었다. 오묘한 도화주라든가 신선의 신력이 담긴 계화떡이라던가 그런 것들. 허구의 것이라고 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그러한 것들 아니겠는가.
재미나게도 타이베이의 한 찻집은 이러한 신선들이 마실 법한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일단 이 찻집의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仙島 신선의 섬. 대만의 많은 찻집들이 신선들의 세계라던가 그들의 삶을 지향하며 만들고 꾸려지고는 한다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 정체성을 드러낸 찻집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SENTO 대만 다퉁 구 Lane 90, Section 3rd, Chengde Road, 仙島SENTO|奉一碗日月漢引的東方茶屋 A tea house of natural Chinese herbal recipe.
이 찻집을 방문코자 한다면, 예약이 필수적!이다. 신선들의 세계는 감히 아무렇게나 쳐들어갈 수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구글맵으로 예약이 가능하단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예약된 일시에 찻집을 방문하면, 오묘한 분위기와 에너지가 넘치듯 고요한 느낌의 실내가 등장한다. 검은색 발이 드리워 있는 안쪽의 긴 까만 테이블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옆엔 뭔가 알 수 없는 소나무 분재가 있는 계산대(혹은 주문대)가 있다. 쿵푸옷인지, 태극권 스타일의 흑백 컬러 조합의 옷을 입은 스태프들의 안내를 받아 입장할 수 있다.
검은색의 크고 긴 테이블에 앉으면 주워지는 안내문과 메뉴판. 마치 초대장처럼 생겼으나 메뉴판이다.
음료는 한자로만 쓰여 있으나 요청하면 영어로 된 메뉴판을 함께 가져다주기도 한다.
일렁이는 조명 아래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자면 묘하게 눈이 아프기도 하니, 메뉴판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지는 말자.
메뉴 봐도 모르겠다, 구글 번역아 힘내라
차 메뉴는 전통 스타일 방식으로 우리거나 끓인 것들도 있고, 퓨전스타일로 베리에이션 음료로 만 들것들도 있었다. 차와 함께 허브나 한약재가 함께 들어가는 것들이 많으니 순수 찻잎만을 기대하시면 다소 놀랄 수 있다. 종류가 다양했고 메뉴 이름이 생소했기에 스타일이 각자가 다른 것으로 골라서 일행들과 함께 주문을 해보았다. 물론 디저트도 여러 개 주문해 보았다.
찻집 안쪽 공간에 자리한 매대
음료와 디저트를 기다리며 본격적으로 내부 구경.
그리 넓지 않은 실내 공간이었지만 판매하는 물품과 디스플레이 방식등이 재밌어 모쪼록 구경을 잘했다.
뭔가 청동기 시대나 농경시대 어드메의 박물관 디스플레이 같은 곳에 여기저기 까마귀가 혼재되어 있고. 은은한 한약재 냄새라든가 너무 컨템퍼러리 한 도교적 퓨전 음악이 인상적이다.
까마귀랑 눈 마주치기
까마귀는 사방에 혼재해 있다. 은은한 한약재 냄새가 난다.
주문한 음료와 메뉴가 서빙되었다. 메뉴가 하나씩 우리 앞에 등장할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어두운 조명과 테이블 위로 화사하게 펼쳐지는 메뉴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일렁이는 조명이 음식들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일렁이는 조명과 핫한 메뉴들
내가 주문한 버블티 메뉴는 쩐주(버블)이 3가지 다른 재료(당근이랑 뭐랑 뭐랬는데 기억이 나지 않음)로 만들어졌고 부디 음료와 따로따로 먹기를 추천했다. 뻔한 식감과 맛이었지만 음료가 가져다주는 시각적 체험과 디스플레이에서 오는 영감과 체험의 느낌은 색달랐다. 다른 이들의 메뉴는 한방차의 어떠한 그것이었지만 신선놀음(?)을 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데는 충분했다.
단순한 푸딩조차 컨셉츄얼 그 자체.
재미났던 디저트는 호리병 모양에 서빙된 푸딩과 와인잔에 담긴 검은 음료 푸딩. 와인잔에 담긴 푸딩은 대만에서 자주 먹는 선초 푸딩인 줄 알았는데, 카카오랑 위스키가 들어간 거라 해서.. 뭔가 싶고 그랬다. 왜 보리수 잎은 꽂아놓고 보리수 열매는 안 넣은 것인가 싶고.
재미나던 디저트 메뉴들
이 날 찻집 체험에서 여러모로 재미났지만 마지막은 화장실.
찻집에 가면 여럿 것(청결과 위생 관념, 손님을 대하는 주인 의식 등)들을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화장실을 가보는 편인데, 여기 화장실은 뭔가 토굴에 들어가듯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