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찻집을 다니며 몸으로 배우게 된 단어가 바로 적산 가옥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적산 가옥은 대체로 부산, 인천, 울산 등 항국가 위치한 곳에 많은 편인데(옛날에 일본인들의 관사나 주택 등으로 사용되었을 테니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에 많을 터) 실제 내가 방문해 본 곳은 인천이랑 부산의 각 1곳 정도.
그런데 대만을 다니면 정말 많은 적산 가옥을 만나곤 한다. 그들이 적산 가옥이란 단어를 사용하는지는 미지수이나 어쨌든, 대만을 다니다 보면 타이베이 도심부터 저 아래 지역, 시골 어디 구석에서까지 다양한 적산가옥을 만날 수 있다.
타이베이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관광지인 융캉제를 따라 주욱 걷다 보면 청전가에 다다르게 된다. 청전가는 정말 옛날 찐 부자들... 일본 교수, 공직자, 대륙에서 건너온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 살았던 동네라 그 조용하고 소박한 척 하지만 돈 냄새가 폴폴 나는 골목이다. 허름해 보이는 주택 집들 안쪽으로 언뜻 보이는 조경과 나무들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곤 한다.
청전차관 靑田茶館 No. 12號, Lane 8, Qingtian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106台北市大安區青田街8巷12號
청전차관 靑田茶館 No. 12號, Lane 8, Qingtian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106台北市大安區青田街8巷12號
누가 봐도 찐 찻집
갤러리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 그때의 전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청전차관도 조용하게 청전가에 자리하고 있지만 열린 대문을 쓱 열고 들어가 보면 교토 어디로 순간이동한 느낌이다. 옛 정취가 그득 묻어나는 건물과 아무렇게 둔 것 같지만 자연스럽게 조화롭게 잘 관리된 정원을 볼 수 있다.
선반 위 앙증맞은 작은 화분들과 입구까지의 여러 소품들이 섬세하게 놓여 있어 눈길을 사로잡고 만다.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여기저기 찍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일어난다. 그래서 필자도 몇 장이고 여기저기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왠지 타임슬립해서 어딘가로 이동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찻집 안으로 쓱 입장하면 조용한 실내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정숙'해진다. 뭔가 남의 집에 초대받은 미묘한 느낌도 들고. 내부는 생각보다 다소 더 넓기 때문에 한번 또 놀라고 만다. 오래된 나무 창살 사이로 오후의 햇빛이 스르륵 스며들고 찻집 안은 차향기와 향 냄새가 은은하게 깔려 있다.
마음이 왠지 느긋해지려던 참에 메뉴판을 받아 든다.
마치 옛날 서적 같은 메뉴판.
여기서 차를 주문하는 방식은 자리 이용료를 기본으로 지불하고 찻잎을 주문해 공부차 방식으로 우려 마시는 것이다.
한자 투성이인 메뉴판이지만 찬찬히 차 메뉴를 살펴보면 된다. 구글 번역기야 힘내!!!
대만의 우롱차들과 보이차, 운남 홍차, 운남 백차 등이 메뉴에 있다. 직원에게 요청하면 찻잎의 향을 시향 해볼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면 그냥 직원의 추천을 받도록 하자.
금액은 그리 착하진 않다. 그럼 그럼 여기는 청전가인 것을.
1인당 최소 소비 금액이 정해져 있다. 공부차 방식으로 차를 마시기를 원하다면 1인 200원 자리 이용료+차값을 예상하면 된다.
1인당 최소 소비 금액이 정해져 있다. 공부차 방식으로 차를 마시기를 원하다면 1인 200원 자리 이용료+차값을 예상하면 된다.
고심 끝에 운남에서 나온 백차를 하나 시켰다.
향을 맡아보고 제일 달달해 보일 것 같아 주문!
공부차 스타일로 마실 수 있게끔 준비되어 나온다.
맨 처음 차우림은 직원이 설명과 함께 친절하게 진행해 준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로 응대가 가능하고 열의가 엄청 많아서 차의 생육 환경이며 제다 방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굉장히 자세하게 말해준다.
두 번째 이후의 우림부터는 각자가 스스로 우려보기가 가능하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차를 우리면 몸과 마음이 쉬어 갈 수 있다.
다식 안 먹어보면 섭섭하니 주문한 치즈케이크!
접시 위에 모리화로 장식을 더한 것이 깜찍 그 자체.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추태를 범하기도 했는데, 직원 분이 먹어도 되긴 하지만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를 한참 마시고 계산하고 나가는 길에 보면 요롷게 마지막까지 눈을 사로잡는 다구들이 있다. 마셨던 찻잎 구매도 가능하며, 향, 차도구 등이 구매가 가능하다. 심지어 비새차(시합차)도 판매하고 있어 눈을 반짝이며 구경하기도 했다.
비가 올 땐 오면 되레 더 운치가 있고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본다. 공간 속에 녹아드는 고쟁과 고금 연주(물론 cd음악이겠지만)도 좋고 친절하고 차에 대한 애정이 많은 직원들도 좋았던 공간이다. 차맛도 기대 이상으로 융캉제를 거닐다가 고즈넉하게 차 한잔을 즐기고 싶다면 방문해 보길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