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파오는 원래 중국 청대의 전통의상이지만 시간을 거치며 그 형태와 모양새가 변화를 거쳤다. 소매와 치마의 길이, 허리선 등이 계속 변화를 거쳤는데 문화 대혁명 이후에 중국 본토에선 치파오도 다른 문물과 함께 쇠퇴기를 걸었다. 대만과 홍콩 등을 중심으로 그 얼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만에서도 치파오는 연예인의 공연 의상, 한 때는 술집 마담의 복장, 결혼식에만 입는 예복 등으로 일부만 입는 옷으로 인식되다가 최근 들어서야 대중들에게 현대와 전통을 잇는 복장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한복을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시선과 치파오를 바라보는 시선의 그것이 매우 닮아 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치파오를 빌리고자 하면 보통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은 시먼과 디화지에의 대여점이다. (대여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상세히 하도록 하겠다.)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느낌의 의상을 골라 입었다면 당연히 가보야 할 곳은 디화제(迪化街) 다다오청 거리이다. 디화제는 타이베이의 가장 전통 있는 시장 골목으로 각종 한약재, 말린 식재료, 차 등이 판매되는 곳이다. 오랜 세월 수출입의 주요 장소였던 만큼 100년이 넘은 상점들과 오랜 역사를 가진 건물들이 자리한 곳이다. 덕분에 이곳에 이르면 그 옛날 어느 때를 거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에는 전통 상점들과 여러 수공예품, 디자인 브랜드들이 옛 거리의 정취를 살리면서도 현대식의 느낌을 살려 운영하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
디화제 거리에 이르러서 옛 정취를 느끼면서 차를 즐기고 싶다면, 난찌에드어이 찻집을 추천한다. 1층에 도자기가 전시 판매되고 있는 곳의 2층으로 쓱 올라가면 찻집이 나타난다. 건물 외부에서 볼 땐 가늠이 되지 않은 꽤 넓은 공간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새삼 놀라게 된다.
난찌에드어이南街得意 103 대만 Taipei City, Datong District, Section 1, Dihua St, 67號2樓 103台北市大同區迪化街一段67號2樓
은은한 조명과 자리마다 특색이 있는 의자와 테이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디 앉을까 고민하다가 앉은 창가 쪽 테이블 자리.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너무 아름답다
조명이 아스라해
메뉴는 대만차와 몇몇의 일본차, 허브티, 과일차 등이 있다. 메뉴판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설명이 되어 있고 가격은 280원 선이다. (다식과 이용료 금액이 함께 포함된다)
여름에는 냉침차 메뉴가 제공되기도 하지만 기본은 따뜻하게 우려 마시는 메뉴만 있으면 당연히 커피 메뉴는 없다.
찻잎을 유리병에 담아 향을 맡아보게끔 제공해 주기 때문에 차 선택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메뉴판과 시향 가능한 찻잎, 번호가 다 붙어 있어 차를 구별하기 좋다
메뉴판.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차 메뉴를 주문하면 요렇게 몇 가지 다식과 함께 스스로 우려마실 수 있게끔 차도구가 제공된다.
우려 마시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직원 분에게 문의하면 설명해 주신다.
참기름 맛이 물씬 나던 녹두고
다식으로 제공된 펑리수와 녹두고가 맛있다는 일행이 있어 다식만도 구매 가능하냐고 물었다. 여기서 제공되는 다식은 여기 근처인 제과점에서 받아서 제공되는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100년이 넘은 전통이 있는 가게! 엄청 팬시한 맛은 아니지만 옛날 맛과 꾸밈없는 그런 맛이다.
(제과점은 여기 찻집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Shi Zi Xuan Bakery十字軒糕餅舖 :103台北市大同區延平北路二段68號)
슬렁슬렁 차를 마시고 우아하게 다식을 먹으며 빌려 입은 치파오에 걸맞은 자세를 취하다 보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나른한 기분이 든다. 기분 좋은 착각과 그 느낌을 가지는 그 시간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