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귀엽지 않아요?

3월의 하트

by 씬디북클럽


오후 3시, 출근 도장을 찍는다. 입고 온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 옷장에 넣고 핑크색 앞치마를 꺼내어 두른다. 에세이 한 권의 몇 페이지를 넘기며 종이컵 커피 한 장을 홀짝이다 보면 교사 휴게 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만 3 4 5세의 10명 남짓 아이들을 만난다. 지금부터는 이들에게 잠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시간이다. 각자 놀잇감으로 쌓기도 부수기도, 그리고 오리기도 하는 중이다. 병원도 되었다가 마트도 다. 순식간에 다양한 놀이가 시작된다. 금방 끝이 나곤 한다.




가서 함께 놀아줘야 하나, 나도 같이 놀아야 하나.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나 망설이던 참이었다. 동그란 눈의 아이가 주사기를 들고 다가왔다. 대뜸 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주사 맞아야 해요."

"아, 네. 저 주사 무서워요. 안 아프게 살살 놓아주세요."


아이는 주먹 쥔 한 손으로 파이팅 포즈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힘을 내요."


마스크 사이로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힘도 났다. 출근 첫날이었다. 처음 들은 어린이의 말이었다.




"선생님, 손가락 내밀어 봐요."


꽃 돌고래 별 달 다양한 모양의 연핑크 반지를 끼워 준다. 선생님은 손가락이 굵어서 안 들어간다는 말을 꺼낼 틈도 없다. 네 손가락에 끼라는 말을 할 틈도 없다. 이미 열 손가락에 다 끼고 있는 아이, 두 손을 맡기고 반지를 낀다.


"선생님, 오늘 집에서 반지 안 끼고 왔네. 네, 그럼 반지 어서 끼워 주세요."


"선생님 반지 없으니까 결혼 안 했네."


멀리서 혼자 블록 놀이를 하던 다른 아이가 한 마디 툭 던진다. 음을 참고 그 아이에게 묻는다.


"반지 없으면 결혼 안 한 거야?"

"결혼하면 금반지 끼고 있어야 해요."


아, 그렇구나. 결혼하면 금반지 끼는 거구나. 선생님은 오늘 반지 안 끼고 왔으니 결혼 안 한 걸로. 후훗.



소꿉놀이가 한창이다. 요새 교구는 그 정교함과 디테일이 정말 놀랍다. 초밥 교구는 정말 하나 집어 입에 넣고 싶을 정도다. 벽돌 블록으로 테이블을 만들었으니 부러질 상다리도 없이 한 상 가득 음식들이 차려졌다. 한 아이의 주도로 엄마 놀이가 한창이었다.


"얘들아, 엄마가 밥 다 차렸어. 와서 밥 먹어."

"네, 엄마. 잘 먹겠습니다."

"엄마는 요리하느라 힘들어서 안 먹어야겠다."


아이고, 엄마가 요리 후엔 잘 안 드시나 보구나. 그 맘 알지. 기름 냄새에 나도 튀겨진 양, 국 냄새에 나도 푹 끓여진 양, 분명 배가 고픈데 안 먹고 싶은 마음. 선생님도 그 맘 알지. 아이들이 놀고 있는데 어느 집의 엄마가 보인다. 내 모습도 보인다.



"다 먹었으면 이제 너희들이 설거지해라."



아이들 놀이에서마저 엄마는 요리하는 역할이구나라고 생각하자마자,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장면이 펼쳐진다. 오호, 그래야지. 차린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같지 않은 장면에 혼자서 흐뭇하다. 대강 설거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스리슬쩍 소꿉놀이도 끝난다. 바로 마트 계산기로 가서 바코드로 물건을 '띡' 하고 찍는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며 놀이할까? 얼른 따라가야겠다. 나도 같이 놀자고 끼워 달라고 해야겠다.



힘을 내라던 아이가 이번에는 색종이를 들고 와 내게 내민다. 예쁜 반짝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선생님, 이거 너무 귀엽지 않아요?"


귀엽지 않을 수가 있겠니. 귀엽고 말고. 부정의문문으로 묻는 만 3세가 어찌 안 귀여울 수가 없지 않겠니. 그런데 나는 그 스티커보다 네가 귀엽구나. 너무나도.





눈코 뜰 새가 없다. 아니 눈도 동그랗게 뜨고 귀도 활짝 열어야 하는 시간이 한가득이다.


한 달에 한 번,

동글동글 몽실몽실

작은 하트들을 수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