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 타자와 조나단 씨

<이대호,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읽기가 일기가 되다

by 씬디북클럽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라는 노래를 알고 있는지. 십 수년 전 노래방에 가면 분위기 띄울 겸 첫 곡으로 부르곤 했던 곡이지만, 우리 집에선 이대호 선수 나올 때 배경음악일 뿐이다. 그럼 자우림의 '하하하쏭'은 알고 있는지. "랄랄랄라" 다음에는 강렬하고 명료한 스타카토로 "홈! 런! 이대호!"라고 외쳐줘야 제맛이다.




구도(球都)에서 나고 자랐다. 삼미슈퍼스타즈, 청보핀토스, 태평양돌핀스, 현대유니콘스,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로 여섯 번째 프로야구팀을 갈아타는 동안 단 한 번도 고향의 야구팀을 응원한 적이 없었다. 1의 관심, 아니 0.1의 관심도 없었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같이 살고 있는 남자의 영어 이름은 조나단이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그 조나단이다. 아빠 덕분에 (라고 쓰고 '때문에'라고 읽는다) 아이들은 모태 부산 갈매기가 되었다. 야구 규칙이라면 공 던지고 방망이로 치는 정도밖에 모르지만, 남편 때문에(라고 쓰고 '덕분에'라고 읽을지도) 사직 구장에서 먹는 치맥의 맛과 목청껏 "마!"를 외치고 부산 갈매기를 떼창 하는 맛은 알만큼 알게 되었다.

연애할 때부터 이대호 선수는 언제나 롯데의 대표 선수였다. 남편은 "대호야, 한방 쌔리라!" 하기도, "점마 저거 저거! 내 다시는 야구 안 볼란다."라며 텔레비전 끄기를 반복했다. 롯데가 이기는 날은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이것저것들을 남편 카드로 맘껏 긁는 날이었다. 롯데가 지면 얼른 아이들을 방에 데리고 가서 조용히 재워야 하는 날이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경기중계를 보고 일 년에 한두 번 다 같이 직관을 한다. 잠시 KT 위즈 청소년 야구팀에 있었던 아들은, 롯데 아닌 유니폼 입기를 달가워하지 않았었다. 세련된 버건디 유니폼을 입은 바람의 손자가 있는 팀으로 갈아탈까 말까 하던 딸은,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 구독 중이다.




2022년 10월 8일 조선의 4번 타자이자 도루요정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다. 등번호 10번이 크게 장식된 무대에서, 콩잎 장아찌를 팔며 손자 뒷바라지를 하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흘리는 거인의 눈물에 나도 함께 울었다. 이제 이대호 없으면 무슨 재미로 응원하나. 먹방이나 골프 말고 야구나 좀 더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대호 은퇴 번복 국민청원이라도 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2008년 11연승의 기록을 향해 가던 롯데 자이언츠는, 엊그제 경기에서 14년 9개월 만 에 9연승을 이루었다. 주말부터 내내 집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기아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주춤해야 했다. 무알콜 맥주를 한 캔 따면서 이대호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롯데의 가을 야구 도전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p.s. 격차가 크지 않지만 여전히 롯데는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지막 사진은 롯데팬들이 만든 액자라고 한다. 조나단 씨는 우리 집에도 저걸 제작해 걸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