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두 번째 코로나 2

주말부부일기 #14

by 씬디북클럽



"일단 어머님은 아닌 것 같고요.

따님은 양성입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옆에 앉은 딸이 엉엉 우는 소리를 내면서 스크 속으로는 웃고 있다는 것을.



Q. 작년 3월에 이어 두 번째 확진입니다. 동생도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A. 그때는 사망률이 10%에 육박하던 심각한 단계였고, 지금은 사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증상이 없다면 미리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Q. 저는 음성이 나왔지만 어제부터 목이 따끔거려요. 양성일 가능성도 있나요?

A.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일단 처방약 드시고 증상이 계속되면 이삼일 후에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 보시죠.


Q. 다른 주의사항 있을까요?

A. 수건이나 식기류 따로 하시고 마스크 착용하고 격리는 해야겠지만, 100% 격리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삼가고 65세 이상 고령 어르신들과 만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들은 왜 보통 안경을 끼고 있을까. 젊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설명해 주시는 말씀에 안심이 되었다. 시설도 깨끗하고 주차도 편리하고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의사 선생님도 좋으신 이 병원에 다음 주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는 병원 휴가로 휴진이란다.


확진자가 먹고 싶다고 한 로제 떡볶이를 포장해서 집에 왔다.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다. 로나 확진인 경우 공휴일 포함 5일간 출석 인정을 해 준다. 주말과 광복절이 포함된 5일을 아쉬워했다. 그 기간 동안 학원을 쉬고 주말에는 집에만 있기로 했다. 동생도 그 기간 동안 학원을 쉬라고 했다. 누나가 확진이라는 소리에 안타까워하는 눈빛과 올라가는 입꼬리를, 나는 이번에도 놓치지 않았다.



남편이 올라오는 날이다. 혹시 모르니 안 오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했다. 이번 주에는 짐을 실어서 올려다 놓아야 해서 차로 올라온단다. 밤늦게 도착한 남편은 두 번에 걸쳐서 짐을 옮겼다. 커튼 이불 옷 운동기구... 남자 혼자 2년의 살림은 많기도 적기도 했다. 현관 입구에 그냥 늘어놓았다. 널브러진 짐은 주말 내내 오가는 발에 치였다.


그리고 금요일 밤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따가웠지만 계속해서 찬 물과 커피 맥주까지 당겼다. 작년에 확진되었을 때는 맛도 냄새도 못 느꼈었다. 입맛이 있고 배가 고픈 걸 보니 확진은 아닌가 보다 싶었다. 으슬으슬 몸이 추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에 흠뻑 젖도록 늦잠과 낮잠을 잤다. KF94 마스크를 내내 쓰고 있었다.



주말 부부 적응 기간이라고나 할까. 수년 전 어느 주말 아침. 남편은 늦잠을 자던 나를 발로 툭툭 차며 일어나 아침을 차려 달라 했다. 도대체 몇 살이냐고, 냉장고를 뒤지든지 나가서 뭐든 사 오든지 알아서 한 끼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사람을 어떻게 발로 차느냐고 악다구니를 썼다. 일주일 동안 쎄빠지게 고생하고 온 남편에게 매일도 아니고 주말 아침 한 끼 차려 주는 게 뭐가 어렵냐고 성질을 냈다. 일주일에 두 번, 우리는 신혼 때도 하지 않던 싸움을 그렇게 해댔다.



늦잠을 자는데 부스럭부스럭 냉장고를 뒤지는 소리를 들었다. 덜그럭 덜그럭 냄비와 프라이팬 건드리는 소리도 났다. 들으라고 내는 소리이던가. 소리 지를 힘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냉장고에 빵이랑 우유 먹든지, 어제 남은 부대찌개 끓여서 먹든지 해. 아침을 거르지 않는 부자는 계속 여러 소리를 내면서 한 끼를 해결했다. 아침밥보다는 아침잠을 택하는 모녀는 계속 잠을 청했다.

낮잠을 자는데 덜커덕덜커덕 옷장 문을 여닫는 소리를 들었다. 바스락바스락 가방을 여닫는 소리도 났다. 이번에도 듣고 일어나라고 내는 소리이던가. 남편은 자는 옆에서 옷 정리를 하고 있었다. 분명 나를 깨워 함께 후다닥 정리하고 싶었을 거다. 나는 모른 체하기로 했다. 자는 체하다가 잠이 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땀에 젖도록 오후 내내 낮잠을 잤다. 편은 본인 옷 정리를 싹 해 놓았다.


갑자기 입맛이 사라졌다. 으슬으슬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진료 병원을 찾았다. 진료 시작 30분 전인데도 대기 인원이 많았다. 목구멍이 빨갛게 부었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이번에도 음성이었다. 집에 확진자가 있으니 정밀 검사를 해서 내일 아침에 문자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다시 한번 긴 면봉이 콧구멍으로 들어가 뒤통수를 치고 갔다. 또 다른 긴 것이 목구멍으로 들어가 그 끝을 스치고 갔다. 처음도 아닌데 매번 적응이 안 된다. 물이 찔끔 났다.


배려심 많고 자상한 남편은 나 먹을 죽 한 그릇 사서 집에 가자고 했다. 먹고 싶은 메뉴도 마음도 전혀 없는 나는 내내 집 밖을 못 나올 것 같으니 애들 먹을 장을 보러 가자고 했다. 밀키트와 냉동 만두와 냉동 치킨 라면 우유 시리얼 등을 담았다. 애들한테는 몸에 좋은 것 좀 해주라는 얘기를, 배려심 많고 자상한 남편이 한 마디라도 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빽 소리를 질러댔을 것이다.



장거리 연애를 하던 언젠가였다. 기침이 심해져 폐렴 직전까지 간 나는 출근도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연락도 없이 남자친구가 집으로 왔다. 그를 진작에 예비 사위로 점찍어 놓은 이여사는, 둘이서 한 방을 쓰며 나를 밤새 간호하기를 허했다. 밤새 기침을 하며 괴로웠다. 배려심 많고 자상한 남자친구는 아픈 여자친구의 등을 토닥이며 이렇게 말했다.

"괘안타, 안 죽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있는 힘을 다해 빽 소리를 질었다. 그리고 위의 문장은 우리 집의 두 번째 금기어가 되었다.



남편은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 일요일 오후 늦게 내려가기로 했다. 늦잠을 포기해야 하는 아침도 아니고, 그래도 먼 길 올라오고 나름의 방식으로 집안을 돌보고 다시 먼 길을 내려가야 할 그를 위해, 이른 저녁을 해서 먹여 보내고 싶었다. 채소를 썰고 등심을 넣어 하이라이스를 만들었다. 값이 싸서 많이 사놓은 오이를 소금에 절여 오이무침을 만들었다.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예쁜 모양으로 계란 프라이를 해서 밥그릇 위로 얹어 주었다. 한 그릇 뚝딱 마친 그는 이른 저녁 집을 나섰다. 아이들과 남편을 배웅했다. 천천히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육개장 사발면이 먹고 싶어졌다.






월요일 아침 일찍 문자를 받았다.


[Web발신]

ㅇㅇ 의원입니다.

강소영 님 검사결과

Influenza A: Negative

Influenza B: Negative

Covid-19: Negative


A형 독감, B형 독감, 코로나19 모두 음성입니다.






청소기를 돌렸다. 여전히 현관 앞에 널브러져 발에 치이는 이불과 커튼을 정리하려다 그냥 도로 던져두었다. 금요일까지만 하면 되지 뭐. 금요일 전의 내가 정리하겠지 뭐. Not today.

I am okay. 적어도 금요일까지는.



덧, 딸아이는 다행히도 큰 이상 없이 지낸 후 무사히 등교했다. 그의 호전에는 거인들의 호쾌한 경기력이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