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청명 4월 5일 무렵
원 없이 누린 일주일 간의 호사에
다음의 분홍을 기쁘게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나는 이제 마흔일곱 번의 벚꽃을 본 사람
안녕, 나의 찬란한 벚꽃에게
벚꽃 앞에서의 이 유난한 기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다. 계절마다 자기 때를 맞춰 피고 지는 꽃은 늘 있는데, 왜 벚꽃 앞에서는 뜻 모를 초조와 아름다움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끼는 걸까? 그건 어쩌면, 겨울을 끝내고 맞이한 벚꽃의 시간이 사계절을 압축해 놓은 듯 빠르게 흘러서인지도. 벚꽃 아래 서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p.84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라고. 꽃은 내년에도 다시 필 테지만 올해는 올해뿐이니까. 올해의 나에게 추억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만개한 꽃 아래 우리의 즐거움도 만개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중략)'이게 사는 건가'와 '이 맛에 살지' 사이에는 모름지기 계획과 의지가 필요한 법이다. 제철 행복이란 결국 '이 맛에 살지'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 p.85
청명
淸 맑을 청 明 맑을 명
4월 5일 무렵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는 맑고 밝은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