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기'할 사람, 여기 붙어라

#16 춘분 3월 20일 무렵

by 씬디북클럽




"우리, 같이 걸으러 갈까?"

"네, 좋아요."


늦잠에 실패한 모처럼의 주말 아침, 아들과 함께 새로 산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집을 나섰다. 화서문으로 시작해 장안문 창룡문을 통과하는 성곽길을 크게 돌아 시장 골목으로 내려와 화성행궁 앞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기. 오늘의 코스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연둣빛도 노란빛도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혼자 걸었다면 두어 걸음마다 멈춰 섰을 테지. 몰라보게 달라진 빛깔에 느낌표가 팡팡 솟았다. 피울까 말까, 봄 러버와 밀당하는 노란 꽃이 산수유나무꽃이었던가 생강나무꽃이던가. 소매를 걷어 붙어고 겉옷의 지퍼를 내리며 따끈해진 햇살에 느낌표가 더 붙었다. 그래, 나 이 계절 좋아하지!!!



산수유나무꽃인 것 같아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연둣빛, 반가워!


벌써 벚꽃이? 아니라고, 아니라고! 매화꽃이 활짝



춘분이면 경칩에 깨어나 기재개를 켠 자연의 모든 것들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산책이란 모름지기 목적 없이 슬렁슬렁 거니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이 무렵의 산책만은 다르다. 분명한 목적이 있다. 바로 '봄을찾기'. (중략) 보려 하는 사람만이 보게 되는 자그만 봄의 단서들, 겹겹이 오므린 꽃송이나 새싹은 실제로 여러 번 접힌 쪽지를 닮아 있어 더 반갑다. (중략) 나뭇가지도, 덤불도, 땅 위의 새싹도, 꽃망울도 하루 지나면 하루만큼씩 달라져 있어서 도무지 산책을 거를 수 없다. 무언가를 놓치기라고 하는 것처럼. 그건 아마 오늘 치의 봄이겠지. p62-63




"와,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너무 좋네요."

"제대로 숨 쉬는 기분이에요."


2021년부터 이어오는 독서 모임 '소공녀'. 소설로 공감하는 여자들과 평소와는 조금 다른 곳에서 만났다. 본격적인 햇살과 바람 모두 봄, 봄, 봄.


차에서 내려도 주차장 가득 울려 퍼지던 음악
높은 층고를 가득 채우던 전시실의 고요
피울까 말까 봄 러버와 밀당하는 봉오리
미술관 야외 공간의 일렁이는 물결
얼마 남지 않았을 할머니들의 시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비극
끝끝내 기억해야 할 역사적 책임
오래 기억해야 할 평화의 가치
배우 아닌 작가 차인표에 대한 신뢰
함께 읽어온 책들과 읽어갈 책들

전시 제목은 What flows What remains

많은 것들이 흐르고 쌓이는 시간이었다.




경기도 미술과 '흐르고 쌓이는'


함께, 또 따로 누리는 평일 오전의 호사


차인표 작가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아, 내가 이래서 이 계절 좋아하지.'


한 해를 잘 보낸다는 건, 계절을 더 잘게 나누어둔 절기가 '지금' 보여주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산다는 것. 네 번이 아니라 스물네 번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내는 일이겠지. 이래서 지금이 좋아, 할 때의 지금이 계속 갱신되는 일. 제철 풍경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고 틈틈이 행복해지는 일. p69




드디어 핑크를 한 달 내내 입을 때가 오고 있다




■ 춘분 무렵의 제철 숙제



□ 동네 구석구석으로 '봄을 찾기'산책 나서기


□ 내가 찾은 봄의 작은 기척을 사진으로 남겨보기


□ 비슷하게 생긴 봄꽃의 이름과 구분법 익혀보기




춘분

春 봄 춘 分 나눌 분

3월 20일 무렵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봄날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