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사, 읽기로 결심하다
모녀 북클럽 #1-1 <친절한 복희씨>
"엄마, 나 책 쓰고 싶어. 글 쓰고 싶어. 그런데 엄마가 도와줘야 해."
"우리 딸, 멋지네. 근데 도와주긴 뭘 도와줘?"
"엄마랑 나랑 책 읽는 거야. 어려운 책 안 할 께.
내가 정한 책 읽고 그냥 나랑 커피 마시면서 얘기하자."
"아이고, 내가 눈이 어두워 한 페이지라도 제대로 읽으려나, 성경책 읽기도 힘들어."
"안 돼, 해야 해. 하자. 엄마. 응?"
"딸 이기는 엄마가 어디 있겠니. 알겠다, 알겠어."
이여사와 책을 읽기로 하고 나서 첫 만남이다. 씬디는 아이들을 등교시키자마자 이여사 집으로 갔다. 이여사의 집은 차로 10여 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빌라이다. 눈이 어두워 성경책 한 페이지도 읽기 힘들다던 이여사는, 사흘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벌써 책을 다 읽었다며, 우리 언제 만나냐고 전화를 거셨다. 씬디는 그제야 부랴부랴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을 후루룩, 몇 챕터만을 골라 읽고선 이여사를 만났다. 이여사는 예쁜 꽃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골목길에 서 있었다. 추우니까 집에서 기다리시라 해도, 이여사는 늘 집 밖에 나와서 딸의 하얀색 suv 차량이 들어오는 방향을 쳐다본다. 늘 그러신다.
씬디는 책모임 리더이다. 2년 차 초보 리더로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책 선정이다. 친정 엄마인 이여사와 책을 읽자고는 했지만, 어떤 책으로 시작할지 살짝 막막했다. 잠시의 고민 끝에, 책 선정과 모녀 북클럽에 대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모녀 북클럽> 규칙
- 책 선정은 씬디가 한다. 소설, 시집, 에세이, 역사서, 그림책 등 엄마와 딸이 함께 공감할 수 있을 이야기들이라면 어떤 분야의 책도 좋다. 주인공 이름들이 너무 긴 서양 고전이나 너무 두꺼운 책은 피한다. 단, 이여사의 최근 관심사나 취향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적극 반영한다.
- 책은 씬디가 구매해서 이여사에게 드린다. 책에 메모, 형광펜 밑줄 치기, 접기, 표시하기 등, 이여사는 무엇이든 마음껏 하시면 된다. 씬디는 대출해서 읽는다. 함께 만났을 때 두 책을 나란히 놓고 인증 사진을 찍는다. 씬디는 다음 선정도서를 미리 준비해서 이여사에게 드리고, 이여사가 다 읽으신 책은 씬디가 가진다.
- 책을 읽은 소감과 나만의 별점을 이야기한다. 읽는 중에 좋았거나 와닿은 부분을 소개하고 낭독한다. 책에 대한 얘기를 해도 좋지만, 책과 관련 없는 최근에 있었던 얘기들을 나누어도 좋다. 뭐든 좋다.
- 만날 때마다, 씬디가 <엄마를 부탁해> 책모임을 진행하며 만들었던 질문들을 이여사에게 한다. 이여사는 본인의 엄마(씬디의 외할머니 홍여사, 2021년 2월 작고하심)를 떠올리며 편안하게 답한다.
- 만남은 2주에 한 번으로 정하지만, 각자 일이 있을 때는 변경 가능하다. 정해진 날짜와 요일은 없다. 그때그때 맞추어서 정한다. 단, 가급적이면 각자의 집이 아닌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에서 진행한다.
- 최근에 함께 읽은 책들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 TV 프로그램 등 다른 자료들이 있으면 서로 나눈다. 관련된 장소에 함께 갈 수도 있다.
- 씬디의 중2 딸 (유니)과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나 주제라면 가끔씩 '모녀 3대 북클럽'을 진행한다.
첫번째 모녀북클럽, 별다방,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작가
첫 번째 선정 도서는 박완서 작가님의 <친절한 복희 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