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말고 오빠

주말부부일기 #1 행궁 빙수

by 씬디북클럽

"여보, 아니 오빠, 나 요새 먹고 싶은 거 있었는데."
"뭔데?"
"팥빙수! 꼭 먹으러 가야 해!"
"이 추운데 무신 팥빙수고?"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혼인신고를 했다. 그때도 지금도 확실히 이해할 수 없는 부동산 관련의 사유 때문이었다. 괜스레 심란한 스물일곱 살 예비 신부에게 경상도 사나이 예비 신랑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여보' 함 해 봐라."

'여보'라고 부른 지 18년 차이다. 인천-부산 롱디 커플은 남편의 직장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 같은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봐 주지 못하고 서로를 마구 할퀴고 퍼붓는 전쟁 같은 시간을 거쳐 5년 차 주말부부가 되었다.

남매는 방문을 닫거나 친구들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넷이 다 같이 뭔가를 할 때도 있지만 부부만이 덩그러니 남겨질 때가 많다. 40대 중년의 주말 부부는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한다. 뭐라도 같이 한다.

11월 마지막 주말의 수원화성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나무들도 옷을 덜 어내며 날씬해져 있었다. 다행히 하늘만은 아직 파랗고 드높았다.

"오빠, 나 수원 화성 빵도 먹고 싶어."
"묵어라. 니 묵고 싶은 거 다 묵어라."

일주일 동안 남편을 괴롭힌 빌런을 냅다 욕해 주었다. 남매의 일상을 살짝 귀띔해 주었다. 노란 옷을 벗은 은행나무를 찾아 사진을 찍으며 새 계절을 기약했다. 다음에는 꿔바로우와 이과두주를 먹을까. 전집에서 막걸리를 마실까. 아니면 통닭거리 치맥을 먹을까.

'오빠'라고 장난스레 시작한 호칭이 점점 입에 붙어 간다. 이런 나를 보며 남매는 인상을 쓴다. 그 모습이 귀여워 깔깔 웃는다.

내일은 우리 오빠랑 뭐 하고 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