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금기어

주말부부일기 #2 영화 '올빼미' & 왕송호수공원

by 씬디북클럽

우리 집에는 두 개의 금기어가 있다.


20년 전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생긴 두 배우가 형제로 출연한 전쟁 영화를 관람한 직후였다. 감동과 여운으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에게, 그가 가장 먼저 건넨 한 마디.


"지금 몇 시고?"


최신 개봉 영화를 섭렵하던 장거리 커플은 출산 육아 권태기를 거치며 중년의 주말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야 다시 둘이서 영화관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금기어는 웃어넘기는 추억 속의 한 마디가 되었다.







영화 '올빼미'

감독 : 안태진

출연 : 류준열 유해진


역사적 배경과 출연 배우들만으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훌륭한 배우지만 왕 역할 하기에는 좀 약하지 않나...'라는 미심쩍음이 있기도 했었다. 초반 미비한 역할의 왕은 중반으로 넘어가며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로 가득한 광기의 모습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관상' '천문'을 제치고 나의 최고 사극 영화의 자리를 내주기 충분했다.


류준열 유해진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내게는 본명보다는 기생충 그 아저씨, 응팔 택이 아버지, 슬의생 추민하 선생, 슬감방 법자로 익숙한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감탄하고 탄복한 2시간이었다. '올빼미' 추천한다. 예고편도 보지 않길 덧붙인다.









왕송호수공원


여기 애들이랑 와서 돗자리 깔고 앉아서 놀았었는데. 배드민턴 쳤었나 캐치볼 했었나. 철도박물관에 유모차 끌고 왔었는데. 아들의 걸음마 연습을 했었는데.


모처럼 찾은 호수는 늦가을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새 계절을 앞둔 나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마지막 가을을 뿜어내고 있었다. 쓸쓸한 계절이지만 외롭지 않았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보낸 주말. 집밥을 해 먹고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 들렀다. 소파의 양쪽 쿠션에 각자 기대어 까무룩 낮잠을 잤다. 철도 파업으로 평소보다 일찍 배웅하고 오는 길, 라디오에서 'Pale blue eyes'가 흘러나왔다. 쓸쓸한 음악이지만 외롭지 않았다.




무사히 잘 지내고 다음 주에 봅시다.


p.s.

또 하나의 금기어 스토리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