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들 키울 때 이 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녀 북클럽 #4 <어린이라는 세계>
그놈의 커피,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는데, 뭘 카페에 가냐 하는 이여사.
집안 살림 안 보이는 예쁜 곳에서 우아하게 한 잔 마시자는 씬디.
이여사 승. 오늘은 이여사 집이다.
이여사는 씬디가 전해 드린 플래그를 알록달록 붙이며 책을 읽으셨단다. 슬쩍 들쳐 보아도 곳곳에 형광펜 밑줄이 가득하다. 씬디는 책을 잠시 옆으로 치워두며 말한다. “엄마, 나 배고파. 먹을 거 없어?”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밥도 안 먹었냐는 잔소리와 동시에 이여사의 손이 바빠진다. 집에 있던 반찬들 뿐이라며 계란 프라이 하나를 올려놓는다. 그녀의 손길과 동시에 씬디의 입도 바빠진다. 우물우물, 김치찌개 남은 거는 가져가서 또 먹게 싸 달라는 얘기와 함께.
* 선정 이유
도서관 대출 예약이 너무 길어 지쳐가던 참에 지인에게 선물 받았어요. 책이 너무 좋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선정했습니다. 저는 독서 모임으로 책을 선정해야만 그제야 책을 읽는 인간인가 봅니다.
* 별점 및 소감을 나누어 볼까요
이여사 : 나는 5점. 재미있게 읽었어. 너희들 키울 때 이런 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많이 생각했어. 아이 겉옷을 뒤에서 입혀 주는 부분이랑, 물건 계산할 때 아이의 것을 따로 계산하는 부분이랑.. 아, 인상 깊은 곳이 많았는데, 어디더라.
씬디 : 천천히 찾아보세요. 저는 4.7점이요. 몇 시간 만에 후다닥 재미있게 읽었어요. 담담한데 한 번씩 피식 웃음이 났어요. 읽는 내내 이런 스타일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가 어린이책 편집자라네요. 저랑 이름이 같아서 점수를 조금 더 주었습니다.
* 인상 깊은 부분을 소개해 주세요
이여사 : 정말 많은데. 업무상의 만남이니 존댓말을 쓰는 것,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것, 어른도 모르는 게 있으면 공부해야 한다는 것 이런 얘기들이 좋았어. ‘노 키즈 존’, ‘노 배드 페어런츠 존’ 이런 것들도 좋더라.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장 헌신적으로 협조한 집단이라는 말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기차에서 아기가 울면 ‘아기가 피곤한가 보구나’라고, 식당에서 아이가 보채면 ‘집에 가고 싶은가 보구나’ 하면 되는데. 많은 어른들이 그러지 않는 사회가 좀 안타깝기도 하지.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 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 주는 것. 용기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p.212)’라는 문장도 좋았어.
씬디 : 저도 여러 부분이 좋았어요. 이여사님과 겹치는 부분이 많고요. p.108에서 ‘어린이에게는 자매, 형제는 부모라는 절대적인 조건을, 지붕을 공유하는 동지다.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만나 평생을 알고 지내는 친구이기도 하다. 각자 서투른 채로, 서로의 사회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바로 자매, 형제다’라는 부분에선 우리 집 어린이들 생각이 났어요. (정확히는 어린이 1명, 청소년 1명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둘이서만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로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면 흐믓해요. ‘양육’에 대한 얘기도 좋았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가 양육이 아닐까. 기쁘고 보람 있는 동시에 책임감은 무겁지요.
결혼은 했으나, 임신과 출산을 겪지 않은 저자의 '어린이' 에 대한 이야기들.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은 느낌이다.
이여사는 ‘어린이라는 세계’에 가까이, 아주 가까이 있어왔다.
이여사는 세 살 터울 남매를 낳아 키우면서도, 종종 조카들까지 함께 먹이고 재우곤 했다. 다른 집 아이들도 돌보았다. 두세 다리 건넌 지인의 I군이 처음으로 기억된다, 생후 50일 된 J양을 돌보셨고, 그 후 동생 Y양도 10년 이상 함께 돌봐주었다. 자매의 가족은 우리가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따라서 이사를 올 정도였다. 자매는 이여사에게 ‘우에 엄마’ (윗집에 사는 엄마) 라고 불렀고, 나도 자매를 내 동생 이상으로 사랑했다. 얘들아, 잘 살고 있니? 세상에, 너희들이 벌써 30대 중반이라고?
이여사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했다. 아이들에게 밥과 국물을 퍼주며, 내 자식이 밥 먹으러 왔구나, 많이 먹어라 하셨단다. 또한, 그날의 급식 메뉴들은 우리 집 저녁 반찬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여사는 어린이집 교사도 했다. 보육교사 교육원 최고령 왕언니로 열심히 공부했다. 언젠가 딸 씬디를 꼬드겨서 어린이집 원장을 하리라 꿈꾸신 듯하다. (그 꿈 이제는 접으셨겠지?) 어린이집 조리사, 교사, 보조교사, 야간보육 전담교사.. 이것저것 다 하셨다. ‘엄마’의 마음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한 따뜻한 시간들은, 점차 ‘할머니’의 마음으로 뜨끈뜨끈해졌다.
“노인네들이나 애들이나 다 똑같아. 나이 들면 애가 된다고 하잖아. 자기 봐달라고 심통 내다가도, 좋게 말 한마디 해주면 또 신나서 좋아해.”
요양보호사로 근무 중인 이여사는 여전히, ‘어린이라는 세계’에 가까이 있음이 분명하다. 어린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담담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간 이 책처럼, 이여사의 세계도 담담하지만 단단하게 지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엄마를 부탁해> 질문 나누기 4
이여사 : 작년에 돌아가실 때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 “엄마!”라고 소리 내어 불러 보니, 지금 내 곁에 와 계시다는 생각도 들어.
씬디 : 일이 있어도 없어도 그냥 전화해서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지금이 너무 감사해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엄마!” 소리 내어 불렀더니, 아들이 “나, 눈높이 좀 하라고?” 하며 되묻네요. 하하.)
p.s. 다음에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채인선 작가의 ‘딸은 좋다’입니다. 같은 작가의 ‘엄마는 좋다’ 도 함께 읽어 보시라고 두 권 놓고 갑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