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놓친 기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들을 Stop, 몸도 조심, 마음도 조심하던 때. 나를 닮아 책을 좋아하던 작은 이모의 책 선물들. (내가 이모를 닮아 책을 좋아하는 게 맞겠지?) 그중의 한 권. 뱃속의 으뜸이와 함께 읽다가 울컥, 뭉클, 훌쩍, 아, 우리 엄마 목소리 듣고 싶다.
“(큰 소리로) 엄마!”
“(작은 목소리로) 응, 왜?”
“(울먹) 나 지금 책 읽는데, 갑자기......”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엄마 지금 은행이야. 나중에 전화해. 끊어.”
전화 뚝. 나오려던 눈물도 뚝.
다음 통화는 내가 걸었던가, 엄마가 걸었던가.
* 선정 이유
작가의 책들을 다 좋아해요. 특히 이 책은 그림이 너무 좋았습니다.
위와 같은 에피소드가 있는 책이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도 싶었어요.
* 별점과 소감을 나누어 주세요
이여사 : 5점 만점에 5점. 너랑 네 동생 키우던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공감이 되었어. 그림도 내 스타일이네. 화장대 거울 밑에 숨겨진 쪽지, 옛날 화장품 이름, 옛날 전화기 등, 구석구석 찾아볼 그림들이 많더라. 우리 딸은 내가 좋아할 만한 책들을 잘 찾네. 책들이 거의 다 별점 다 5점 만점인데, 계속 물어볼 거니?
씬디 : 글쎄요. 고민해 볼게요. 저도 모처럼 꺼내어 읽었는데 좋았어요. 최근에 둘째와 셋째를 임신한 지인들에게 선물했는데, 다들 좋아해서 저도 좋더라고요. 지금도 맨 마지막 부분에서 이여사님께 전화를 걸었던 생각이 나요. (이여사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반찬 만들었으니 가지러 오라고 해서 들른 평일 오후. 바로 일어서려는데, 사 온 도넛을 먹고 가라 한다. 온 김에 책 사진 찍어야겠다. 엄마, 예쁜 커피잔 없어? 넌 참 유난이다 하면서, 이여사는 꽃무늬 커피잔을 꺼내 온다. 바닥에 뭘 좀 깔고 찍으라며 손수 뜬 깔개를 펼쳐 든다.
꽃무늬 커피잔, 시장표 도넛, 깔개, 그리고 두 권의 책
우물우물 설탕 가득 꽈배기를 하나 집어 든다. 시장 도넛 집이 텔레비전에 나왔단다. 사장님이 4남매 아빠라던데 많이 팔아줘야겠더라. 나는 팥 도넛을 좋아하는데 요새 팥은 좀 맛이 없더라. 그래? 나는 맛있는데? 많이 먹어. 그래도 다 먹지는 말고 남겨놓고 가, 이따 먹게. 알았어요. 애들은 뭐해? 어린이는 학원 갔을 거고, 청소년은 집에 있을 거야. 지난번 가려던 윤동주 문학관은 언제 가? 좀 날 따뜻해지고 거리두기 분위기 봐서 가요. 그래.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 대로 이어지는 시간들. 딱 1시간만 앉았다 가야지 했는데, 2시간이 가까워진다. 아, 뭔가 책 얘기를 해야 하는데.
* 가장 와닿은 페이지를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낭독해 주세요.
너는 네 동생을 참 잘 돌봐주는 누나였어. 네가 데리고 놀아주는 동안, 시장도 다녀오고, 집안일도 할 수 있어 훨씬 수월했지. 둘이 사이도 얼마나 좋았다고. ‘딸은 작은 엄마이다.’ 하는 페이지가 가장 좋은 것 같아.
네네, 그럼 그 페이지 낭독해 주세요. 얼굴 안 나오게 찍을게요.
뭘 또 찍어. 너는 참 날 안 닮아 유난이다.
이여사는 낭독을 하고, 씬디는 영상을 찍는다. 이여사는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 찍자고 한다. 세 번만에 오케이 컷이 떨어진다. 씬디는 참 이여사를 안 닮았다.
이여사의 낭독 페이지, 세 번만이 아니라 네 번만에 오케이 사인이 났다.
딸 씬디에 대한 얘기가 한가득이다.
40여 년전의 이여사와 씬디 모녀. 애기가 애기를 안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 질문나누기 5
이여사 : 아픈 손가락. 오 남매 중 셋째지. 가장 위에 첫째가 있었는데 경기 증세가 잦았고 어린 나이에 죽었대. 나도 비슷하게 경기가 심했대. 하루는 너무 심해서 윗목에 뉘어 놓았었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포기한 거겠지. 그런데 밤새 가만히 있던 아기가 새벽녘에 꼬물꼬물 거려서, 살았구나 했대. 네 할머니한테 들은 것 같아. 배앓이도 심하고, 몸이 좀 약한 아이였나 봐.
씬디 : 어릴 적부터 신동 소리를 듣고 공부를 잘했지만, 커서는 여러 면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딸인 것 같아요. 몇 년 전에는 엄마를 마음 아프게 했던 딸이고요. 지금은 엄마를 책 읽으라고 시키는 무서운 딸이죠? 그래도 예쁜 딸이죠? (이여사는 대답을 했던가, 안 했던가.)
p.s. 다음에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정혜신의 사람 공부>입니다. 이여사님의 속도라면 몇 시간 만에 읽으실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옷소매 붉은 꽃동> 얘기 좀 그만하세요. 선물만 해드렸지 저는 안 읽은 책이라고요. 네? 정조와 덕임이가 만두 빚으면서 서로 까르르한다고요? 네, 알겠어요. 저도 얼른 읽고선 같이 얘기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