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 쓴 편지

주말부부일기 #7 - 1일 2산하는 남자

by 씬디북클럽

다시없을 긴 겨울 방학을 맞이한 남편은 한 달 계획을 세웠다. 초등학교 시절 주전자 뚜껑을 대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줄을 그어 3끼 식사와 꿈나라를 채우던 생활계획표까지는 아니었다. 네모반듯한 선의 1월 달력 한가득 계획한 일들을 채워 넣었다.


그중 가장 첫 번째 일정은 등산이었다. 2박 3일 동안 1일 2산, 총 6개의 산 완등하기. 만만치 않은 일정의 혼등이었다. mbti의 j 성향 가운데도 jjj 정도에 해당하는 남편은 출발 이동 경로 등산 하산 저녁 메뉴 숙소 등 꼼꼼하게 일정을 짰다. 일정의 마지막 날 저녁에는 친한 형님들과의 술자리도 빼먹지 않았다.

남편은 사흘간 오른 산들의 정상석 인증사진을 가족 톡방에 보내왔다. 겨울산만이 허락하는 멋진 설경 사진을 보내왔다. 거대한 고드름이 되어 버린 폭포의 웅장함도 나누었다. 아빠의 사진들에 ‘와, 대박! 멋져요. 정말 대단해.’라고 감탄하고 신기해하기에는 너무 많이 커버린 남매였다. 나 역시 엄지 척 손가락 하나를 보내며 작은 응원을 보냈다. 말은 안 했지만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도 살짝 얹어 보냈다.


겨울 오후의 햇살에 까무룩 졸고 있을 즈음,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사진 보낸 거 봤나?”

“정상 사진? 아까 가족톡방에 보낸 거 봤지.”

“아니, 개인톡으로 보냈다.”

“잠깐만... 이게 뭐야? 그림 그린 거야?”

“옆으로 돌려서 봐봐. 끊는다.”


남편이 보낸 사진은 하얀 눈밭에 뭔가를 끄적여 놓은 것이었다. 토끼 그림인가 나비 그림인가,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사진 속의 끄적거림은 ‘소영아 사랑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