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산뽕을 맞고 온 남편이 졸라대기 시작했다. 설악산 12시간 산행 안 좋은 기억과 전현무의 한라산 백록담 장면은 보는 것만 좋았던 나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2년 전 겨울산행의 좋은 기억도 마음속에만 담아 두고 싶었다.
“1박은 해야 할 텐데, 애들 걱정되어서 안 돼.”
“(기쁨의 웃음을 참으며) 어마마마, 저희 걱정은 안 하셔도 되옵니다.”
“(도움 안 되는 녀석들..) 나 12시간은 절대 못 타. 전현무도 엄청 고생하던데.”
“그럼 거기 말고 윗세오름으로 가자. 그렇게 오래 안 걸리고 안 힘들 거야.”
“(아, 정말 가야 하나...) 바로 다다음주인데 비행기표가 있겠어?”
“이 날 이 날 괜찮지? 있다. 평일은 더 싸. 예매할게.”
“(아, 결국 가야만 한다면...) 숙소 좋은 데랑 제주 음식 먹을 거야?”
“그럼 그럼.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니는 몸만 가면 된다 아이가.”
남편은 열심히 꼼꼼히 예약을 하고 확인을 하고 짐을 꾸렸다. 나는 대강대강 미루고 미루다 전 날에서야 꾸역꾸역 짐을 꾸렸다. 어스름한 새벽하늘을 보며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행 첫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웅 떠오르는 모처럼의 느낌이 좋았다. 제주 공항은 한국이지만 외국 같았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트렁크를 보관했다.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버스는 단단히 무장한 등산인들로 가득 찼다. 등산인인 척 아닌 척 잠시 졸고 나니 풍경이 달라졌다. 겨울이었다. 하얀 눈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었다. 아이젠을 채우고 장갑을 두 겹으로 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