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책 쓰는 시대라지만 그 '아무나' 중 하나가 되고 싶었다. 책 한 권 낸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일상의 작은 한 페이지를 남기고 싶었다. 여름 내 쓴 원고는 수정 편집 교정 펀딩 과정을 거쳐 새해 첫 달 내 손에 들어왔다. 구겨질 새라 찢길 새라 신생아 안듯 조심스러웠다. 이래서 출간을 출산에 비유하는가 싶어졌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면 내 새끼마냥 반갑고 예쁘기만 했다. 공저 작가 7명 중 내 이름이 가장 먼저 적힌 나의 첫 공저책이었다.
Be your season! 영어 필기체로 시작해 자신만의 계절을 응원하는 사인 문구도 고심 끝에 만들었다.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저자 사인을 했다. 소소한 북토크도 진행했다. 쏜살같이 지나간 2월 한 달이었다.
외할머니 홍여사가 작고하신 지 2주기이다. 이여사 5남매는 매년 3월 1일에 모임을 갖는다. 제사 대신 메모리얼 파크에 함께 모신 부모님 사진을 보고 인사하고 근처의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한다.
"이모 삼촌들이 너 가면 좋아할 텐데."
어렵고 불편한 사이는 아닌데, 마냥 쉽고 완전 편한 자리도 아니다. 내일 새 출발을 앞둔 아이들과 집에서 조용히 보내겠다고 사양했건만, 한 놈은 벌써 나갔고 한 놈은 곧 나가려고 요이땅을 하고 있다. 이런.
참석 대신 인사를 전할 책 선물을 부랴부랴 포장했다. 포장이랄 것도 없는 리본 하나 묶기. 이미 몇 번 해 보았듯이 "Be your season!"이라고 일단 적긴 적었는데갑자기 아무 말도 글도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울컥하기까지 하다니 당황스러웠다.
끈나시 원피스를 입은 나와 풍선 하나 손에 들고 수봉공원인가 송도유원지였나 함께 찍은 큰삼촌과의 사진이 떠올랐다. 방학이면 큰 이모집에서 송남매 강남매 지지고 볶고 울고 웃은 생각이 났다. 작은 삼촌은 나를 '깡소!'라고 가장 처음 불러준 분이다. 작은 이모는 정말... 하고픈 말도 듣고픈 말도 너무너무 많은 분이다.
이여사는 5남매 중 셋째이다. 언니 오빠 여동생 남동생이 모두 있다. 그네들은 내가 모르는 이여사의 시간들을 함께 살았겠구나. 그네들은 내가 모르는 이여사의 모습을 함께 했겠구나.
오늘 모임 사진이 도착했다. 내 책을 펼쳐 보시는 모습은 사진만으로도 쑥스럽고 부끄럽다. 내년 3월 1일에는 꼭 참석해서 삼촌들 이모들에게 어리광 좀 부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