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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Nov 17. 2016

나 사용법

어느 가수의 '너 사용법'이라는 노래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의 달콤한 목소리와 로맨틱한 가사는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대충 가사를 요약하면 매일 안아주고 입 맞추고 미소 지어주고 예쁘다고 말해주라는 그런 내용이다. 지극히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 본 여자 친구 사용법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타자의 입장에서 쓰인 한 여자의 사용법을 보면서 나는 나 자신의 '나 사용법'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나의 삶의 터전이 바뀌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조금씩 변하고 현지 사정에 맞게 내 입맛도 취향도 토착화한 것 같다. 만나는 사람도 조금 다양해졌다. 물론 인종적인 다양성도 있지만 이전에는 원래 알던 사람들로부터 가지치기한 어느 정도 보장된(?) 사람들이 나의 인적 네트워크에 전부였다면 이제는 다른 형태의 만남에도 조금 덜 보수적이게 되었다고나 할까? 한국에서는 별 관심 없던 글쓰기, 독서 모임에도 나가고 있으니 근 3년 만에 내 인생은 또 다른 색깔로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나만 덩그러니 미국에 왔으니 나랑 어울리던 사람들은 한국에 남아 나름의 형태로 자라고 후퇴하고 혹은 정체하며 사는 것을 SNS를 통해 접한다. 나의 삶도 그렇게 누구에게 엿보이고 중계되고 있을 것이다. 부디 진보하고 있는 것으로 비쳤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원래 숨기는 재주는 없으니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까발려지는 것에 괘념치 않는다. 진정한 벗이라면 나의 아픔과 헛발질에는 찰진 욕 한마디 해주고 훌훌 털고 일어나게 해 주고 나의 기쁨과 성취에는 제 일인 듯 함께 좋아라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굳게 믿었는데 내가 멀어져 온 사람이라 그런지 그 말이 틀린 말이었으면 하는 것도 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전의 '나 사용법'과 지금의 '나 사용법'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나 자신의 사용법도 이렇게 변화무쌍한데 타인의 사용법을 나는 어찌 알 수 있을까. 얼마나 서로 노력해야 상대방의 의중을 그리고 기호를 알고 그에 걸맞은 너의 '너'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 수많은 우매한 '나'들이 '너'를 이해하여 잘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할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아, 나나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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