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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Dec 09. 2016

겨울을 싫어합니다

겨울을 싫어합니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추위가 마음까지 얼려버릴 것 같습니다. 껴입어야 하는 겨울옷들이 너무나 짐스럽고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차라리 소멸하려면 떨어지는 낙엽처럼 흔적이라도 남겼으면 하는데 흩날리는 눈은 무한정 쌓일 듯 헛된 희망만 주다 금세 녹아버립니다.


겨울을 싫어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온 겨울은 한 해가 벌써 끝나감을 상기시켜 줍니다.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하지만 올 한 해 나는 눈곱만큼이라도 성장했는지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었는지 항상 되묻게 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올 한 해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텐데. 소홀했던 이들에게 더 잘해 줄 것을.'이라는 철 지난 후회만 듭니다.


겨울을 싫어합니다. 애매하게 추운 이 곳에서 나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사람으로 머무를까 덜컥 겁이 납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때에 일어나 빙판길을 종종 대며 출근하고 퇴근 후 추위를 잊고 벗과 어울리던 연말을 기억합니다. 이젠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나는 그 추웠던 겨울에 더욱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매번 그렇듯이 겨울이 가고 봄이 다시 올 것을 압니다. 봄에 피어날 것들을 기다리며 이 겨울을 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법이라는 것도 압니다.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내가 붙잡은 그대 손의 온기가 그대가 밝힌 불이 더 따뜻하고 환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니까 같이 기다려요. 겨울은 곧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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