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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Dec 14. 2016

당신은 어떤 시간에 살고 있나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종종 내겐 묻곤 한다. 나는 어디에서 온 사람이냐고. 어디 사람이냐고 물어온다. 나의 이름보다 먼저 말이다. 매번 같은 답을 주지는 않는다. 나의 인종을 궁금해하는 눈치면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고 내가 어디에 사는 사람인지가 궁금한 눈치면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한다. 


나의 이름보다 나의 사는 곳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궁금해했다. 나의 터전이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것일까? 나는 내가 사는 곳에 의해 그곳에 함께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곳에 걸쳐진 환경에 의해 설명되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나는 정말 엄청 따뜻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누군가가 똑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그 사람은 내가 사는 곳에 의해 나라는 사람을 짐작해보고 싶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머무를 사람인지 떠날 사람인지를 가늠하여 나를 보고 싶었던 것일까.


'산다'는 단어의 공간적 의미가 이리도 큰데 나는 네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 채 그 모든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가 함께 살던 그 시간이 문득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나의 손이 뻗는 공간에 실재하지 않지만 그렇게 나의 시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내 가슴이 이리도 벅차오른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다른 질문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당신은 어떤 시간에 살고 있나요?

나와 네가 사는 시간이 그렇게 겹쳐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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