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서럽게 우는 여자를 보았다. 스치는 사람들이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이내 지나쳤다. 그녀의 사연을 알 길은 없다. 단지, 내 발걸음이 멈추었고 나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선뜻 그러지 못했다.
나 또한 눈물이 너무 많다. 나는 모든 극적인 순간에 말이 앞서기보다 눈물이 앞서곤 했다. 심지어 면접에서 울뻔한 적도 있다. 나를 자신감 가득하고 센 여자로 보는 사람들이 들으면 놀랄 일이다. 전 회사에서 보았던 성향 테스트에서도 나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극에 달하면 나는 그냥 눈물이 터졌다. 그래서 내가 우는 꼴을 참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
나는 우는 재주도 좋았다. 상사에게 똑같이 혼이 나고 나는 누가 봐도 손을 뻗치고 싶게 구슬피 울었고 나의 후배는 어깨를 들썩이며 씩씩 거리며 울었다. 덕분에 나만 동정표를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장면이다.
굴러다니는 낙엽소리엔 울진 않지만 달빛이 쏟아지는 밤거리를 혼자 거닐다 문득 외롭다고 느낄 때, 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 쌓여 있지만 도대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귀머거리가 된냥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답답할 때, 너무 행복해서 이다음은 불행이게 될까 봐 두려울 때, 어떠한 거대한 것에 부딪쳐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질 때 나는 울었다.
눈물이 많아서 탈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내 눈물에는 제각기 이야기가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그 이야기들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으니까.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그 여자 안아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길 잘했다 싶다. 그 여자. 내가 온갖 이유로 울었던 것처럼 그녀가 딱 감당할 수 있는 이유로 울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우는 사람은 없다. 그 여자의 눈물도 곧 그쳤을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값싼 위로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