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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23. 2017

바람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엽서와 꽃을 사다 책상 위에 두었다. 가까이 두고 감상하기 위해서다. 가만히 그림을 한번 들여다 보고 꽃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 향을 맡으니 은은한 꽃향기가 따라온다.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찬 느낌이 들다니 내 행복은 참 값싸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볕이 드는 곳에 가 앉는다. 누구는 기미가 올라올까 주름이 늘까 햇빛만 보면 기겁을 하지만 나는 그 따스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는 것이 좋다. 광합성을 필요로 하는 식물처럼 가만히 햇빛을 쬐고 있으면 나는 마음속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저 하늘나라에 계신 조물주가 험난한 세상에 나를 내어 놓고 혹여 상할까 내내 걱정하다 따뜻한 햇살로 내려와 내 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아닐까. 매일 볕이 드는 인생이 아니더라도 화창한 날에 맘껏 햇빛을 맞고 그렇게 따스히 데운 마음으로 궂은날을 버틸 수 있다면 족할 듯싶다. 


많은 것이 주어진다고 다 채울 수도 없는 이 작은 그릇은 딱 그만큼의 값싼 행복과 신의 동행이 있으면 좋겠다고 신께 빌었다. 작은 목소리로 빌고 또 빌었다. 오늘처럼 볕 좋았던 날, 나를 만드시고 기뻐한 그분은 내 곁에 와서 내 바람을 다 들었을 것만 같다. 


좋아하는 이들을 두고 너무 멀리 와버림에 때로 서글프지만 나의 신이 종종 내게 와 머무르는 것처럼 때때로 나의 마음이 그들에게 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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