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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19. 2016

Anti-Minimalism

미니멀리즘이 인기다. 미니멀리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단순하고 간결하게 살 것을 외친다. 지금 시대에는 그렇게 외쳐줘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기에.


한국을 떠날 때 이틀 전까지 회사를 다녔다. 물론  중간중간 휴가를 엄청 써대며 한국과의 이별여행을 떠나긴 했다. 끝까지 꽤나 낭만적이다 나란 여자. 아무튼 나는 매우 정신이 없었고 무언가를 제대로 마무리짓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가져온 것은 엄마가 부탁한 자질구레한 선물 및 음식들과 나의 옷가지들 정도가 전부였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내가 가져올 수 있는 최대치의 수화물 양을 초과했다. 


부족함 없이 살고 있지만 그래도 놔두고 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 아쉬운 것들도  들여다보면 별 것 아닌데 말이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김영하 작가가 도쿄에서 직접 찍고 사인해서 준 사진 인화본(통역 봉사한 영화제에서 당첨되어 받았다. 그걸 받았을 때에는 김영하 작가의 책을 1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


    #첼로(연습용이지만 소리가 아주 좋았고 내가 몇 년을  끌어안았던 녀석이다.)


    #여행에서 남은 자질구레한 기념품(기억력이 X인 나에겐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여행 간 것이 아깝지 않다.)


    #네가 준 선물(그래야 너를 추억한다. 가끔이라도.)


그러고 보니 나는 참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그래도 그런 것들이 지금 당장 내 앞에 없어도 살아지는 것을 보면 물이나 공기처럼 필수 불가결하진 않은 것이었나 보다. 나도 누군가에게 필수 불가결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지만 필요까지는 몰라도 불가결까지는 되지 못했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나는 미니멀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나도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 산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내 삶은 자질구레한 것들로 그득하다. 어차피 없어도 되는 것들도 버리지 못하고 끼고 산다. 오늘 하루도 놔두고 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버리지 못하는 미련함이 뒤섞인 복잡한 하루를 보낸다. 나는 아무래도 Anti-Minimalism에 속한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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