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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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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23. 2016

당연하지 않은 것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제는 날씨가 더워져 한인타운에서 냉면을 먹었다. 종업원이 "면을 잘라 드릴까요?" 물었고 내가 "네"라고 대답하자 들고 있던 식가위로 면을 십자로 잘랐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신기한 장면이라고 한다. 음식을 가위로 자르다니! 그러고 보니 외국 음식 중에 우리처럼 가위를 써서 자르는 음식은 거의 없는 듯하다. 모든 음식은 칼로 자르는 것이 서양 음식 문화의 기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것도 신기한데 이 나라에 사는 수많은 타인종들은 서로를 얼마나 신기하게 보고 대할까.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는 또 얼마나 많을까. 안다고 해도 나는 다 품고 갈 수 있을까?


멀리 볼 것도 없다. 우리 집은 식구가 일곱 명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고깃집에 가면 고기와 함께 공깃밥을 동시에 시켜 먹었다. 그것이 그나마 고기값을 줄일 수 있는 전략 중 하나였으리라. 나중에 보니 다른 집에서는 고기를 다 먹고 입가심용으로 공깃밥에 된장찌개를 시키거나 맛보기 냉면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엄청난 문화충격이었다. 고기와 밥은 세트인데 나한테는.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이 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너도 나도 서로에게 당연하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당연히 우리는 더 많이 마주해야 한다. 더 소중히 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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