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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24. 2016

졸업의 추억

보아하니 졸업 시즌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여러 번의 졸업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에는 나보다 일찍 졸업한 동갑내기 친구들이 몰려와 그 당시에도 금지되어 있었던 밀가루 투척으로 온 교실을 난장판을 만들었다. 밀가루만 했으면 귀엽지 그에 더해 케첩, 마요네즈, 계란 등을 투척해 그야말로 내 꼴은 거지꼴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기사님은 나를 태우지 않으려고 하셨다. 나는 급기야 담임에 호출을 받고 졸업 후에 다시 학교를 찾아가 교실을 청소하는 벌을 받았다. 하... 반 아이들과 대학생 흉내 내서 대성리로 졸업여행도 갔다. 똑같이 졸업여행 온 남고생들과 방팅도 하고 우리들은 참 웃겼다. 하하하.


대학교 졸업식에는 온 친구들과 후배들을 불러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쏘는 호기를 부렸다. 친한 동기들과는 해외로 졸업여행도 다녀왔다. 인생이 폼생폼사다. 그때 난 운 좋게 졸업 전에 취직한 상태였다. 첫 월급은 그렇게 흥청망청 다 썼다.  


이제 또 다른 졸업은 없을 줄 알았는데 회사를 3년 넘게 다니니 꼭 졸업해야 할 것만 같았다. 모든 정규 교육과정은 3~4년이면 끝났잖아. 그래서 나는 회사도 졸업하기로 마음먹었고 3년 반 만에 회사도 졸업했다.  그때에도 대리 치고는 조금 럭셔리한 졸업 만찬을 수차례 가졌다. 경쟁사 사장님께서도 나의 졸업 만찬을 따로 마련해주셨으니 말 다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졸업=소속 없음이었고 소속이 없다는 것은 매우 불안한 것이란 것을. 그래도 나는 어떤 집합에  속하기보다 나 스스로가 하나의 집합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엔 나는 어떤 집합에 속하지 못한 여집합 같은 존재로 보이겠지만 아니 나는 나라는 집합 그 자체로 행복했다. 집합은 원소 하나만으로도 성립 가능하잖아. 사회에서는 소속 없음을 지구의 종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러 가지 통계치로 잡아 내고 우려한다. 삼포세대, 실업률, 1인 가구 세대 등 어떤 의미에서 소속 없는 사람들은 죄다 불쌍한 사람들인가.  하나하나 다  들여다보면 그 존재만으로 얼마나 큰 집합인 사람들인데 우리가 그들을 불쌍히 여길 만한 주제가 되나.  


나는 지금 또 어떤 집합에 들어와 있고 언젠가는 또 이 집합을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내가 이 집합을 졸업할 때에 내 동그라미가 좀 커져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때에도 친구들을 불러 모아 흥청망청 또 먹고 마실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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