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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25. 2016

사막에 핀 꽃

저번 주에는 계획에도 없던 사막 여행을 하고 왔다. 고모가 데스밸리에 꽃이 만개했다고 가서 보자고 꼬셨기 때문이다. 사막에 뭔 꽃?이라 생각했지만 맞다고 하니 먼 길인 줄도 모르고  따라나섰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4시간을 꼬박 운전하니 데스밸리가 나왔다. 이 정도 거리면 라스베이거스 갈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어휴


노란 꽃 무더기가 사막 한가운데 펼쳐졌다. 빼곡히 피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 황망한 땅에  노란빛을 띠며 머리를 내민 생명들에 경이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Super Bloom 현상이라고 했다. 사실 푸른 초원에 난 꽃들이었다면 그 신비함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사막에 핀 꽃이었다.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보았을 때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그러고 보니 사랑이야기에는 죄다 아름다운 여인만 나온다. 불공평하게시리. 우리는 종종 예상치 못한 것들에 매료되곤 한다. 그 예상치 못한 것들을  들여다보다 어느새 적응하고 이제는  그것을 예상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나는 조금 제멋대로 산다. 패가 다 보이는 판은 재미가 없다. 예상치 못한 나라는 존재가 언젠가는 모두를 적응시켜 다시 예상 가능해진다면 나는 다시 예상치 못한 일을 꾸미며 살겠지. 나는 좀체 말을 안 듣는다. 사막에 핀 꽃도 신이 친절히 양지에  뿌리내리라고 했는데 '나 여기서도 거뜬해요'라며 오기를 부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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