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m Lee Mar 03. 2016

오늘 당장 행복하기

응팔에서 선우가 엄마의 소원인 의사라는 직업을 아무 고민 없이 선택하는 것을 보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밥벌이가 있는데! 게다가 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다루는 막중한 임무와 엄청난 스트레스가 뒤따르는 데 말이다. 사실 정봉이도 자신이 잘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몰라 시키는 공부만 하다 엄청난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닌가!


자식이 없어 모르겠지만 자식이 본인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라거나 그렇게 된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의 꿈을 희생하여 너를 키웠으니 네가 나 대신 그 꿈을 이뤄다오 식의 요구는 좀 촌스럽다. 우리 엄빠가 나에게 애 키우기 수월한 선생님이 되기를 강요했다거나 노후가 보장된 공무원이 되라고 부추겼다면 나는 진즉에 집을  뛰쳐나왔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가족 개개인은 결코 하나의 묶음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각각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우리 엄빠는 우리들을 본인들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을 비판하는 나는 좀 특이한 딸년이다. 내가 내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부모 또한 자식을 골라 낳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우리는 그저 신의 은혜로 맺어진 인연이라 생각한다.  


확실히 어른들의 말에는 나보다 더 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참고사항일 뿐 강요받지 않고 꿈꾸고 그리고 선택할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여기에는 꿈꾸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시키는 것만 해오며  살아와서인지 혼자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만난 교수님 중 한 분은 자신이 원하는 삶은 자신이 먹고 싶을 때 배불리 먹고 자고 싶을 때 쉬고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만 하는 것인데 지금 그렇게 살고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나의 꿈과 나의 행복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저 남들 따라 부자를 꿈꾸고 명예를 좇는다. 그리고 그렇게 자식들에게 가르친다.


나에게 만약 자식이 생긴다면 나는 어떠한 꿈을 꿔야 하는지  가르치기보다 어떻게 스스로 꿈꿀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꿈 따위 가지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 줄 예정이다. 꿈이 없어도  하루하루 행복한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 속에 둘러 쌓인 인생은 꿈만 좇고 지금 행복할 줄 모르는 인생보다 훨씬 축복받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여 결국 꿈을 이뤘다고 치자.  그때 그 순간에 얼마나 행복해질지는 그 꿈이 이뤄져야만 알 수 있겠지만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매우 쉽다.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난 당분간은 그렇게 살 작정이다. 오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행복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