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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r 04. 2016

잘 망하는 법

미국에 있으면서 이런 종류의 메일을 서너 차례 받았다. 처음에는 American Apparel로부터 그리고 오늘 Sports Authority. 파산신청에 들어갔다는 것을 소비자한테 알리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하루아침에 회사들이 없어지는 것을 봐왔지만 그것은 뉴스나 신문 경제면 한 코너에서였지 이런 종류의 메일은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회사 운영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는 파산 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짐작컨대 온 직원과 리더십들은 매우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상태일 것이다. 그 와중에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상태를 알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얼마 전에는 버클리대학교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린 사건이 있었다. 졸업생인 내 동생도 피해자 중 하나였나 보다. 학교는 피해자들에게 전부 서면으로 이 사실을 알렸고 사과와 함께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학교는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피해를 당했지만 이성적으로 사태에 대해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에 동참해 달라는 것은 참 지혜로운 대처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러한 소식을 제삼자(언론기관)를 통해 전해 듣고 말았다면 극단적 감성주의자인 나는 아마 욕부터 튀어나왔을 것이다. 기억에 한국에 남아있을 나의 수많은 개인정보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주인을 잃고 헤매겠지만 나의 개인정보를 지키지 못하고 털린 주체들은 나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xx.


학교 글쓰기 수업에서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했을 때에 그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어느 미국 기업에서는 CEO가 자신의 직통 연락처를 직접 공개하고 모든 질문을 받겠다고 밝혔고 그가 해당 문제에 정말 serious 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누구나 잘 나갈 때에 그 영광을 뽐내기는 쉽다. 나도 그놈의 잘난 척과 뻐기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쇠락할 때에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초라하지 않게 추락하기는 쉽지 않다.


래퍼 도끼는 패기 있게 '내가 망할 것 같아?'라고 외쳤지만 나는 안 망할 자신은 없기에 망해도 잘 망할 내공을 키워야겠다. 


망해도 잘 망하면 다시 일어나기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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