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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r 05. 2016

내 영혼이 조금도 상하지 않게

얼마 전 2세랑 이야기하다가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조금 과장을 섞어 한국에서 일하려면 영혼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깜짝 놀라며 "영혼과 돈을 맞바꾸는 직업은 창녀뿐인데!"라고 했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나를 숨기고 내가 나답지 않게 살았던 시간 속에서 내 영혼은 쪼그라들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그 누구와도 SNS 친구를 맺지 않았다. 내가 그나마 나답게 살고 있는 영역에 아무도 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사 후에는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과 친구를 맺었고 리얼 미를 마주한 사람들이 "너 이런 애였구나."라고 내가 달라진 것 마냥 반응했다. 난 원래 이런 애였는데 애초부터.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여러 모습으로 살고 있다. 가족 내에서는 싸가지 바가지로 통하고 동아리 모임에서는 센 언니의 모습을 할 때도 있고 또 회사 절친들 사이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동문회에서는 말 잘 듣는 막내 등 나는 여러 개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모두가 나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튀지 않고 SSKK(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는)형의 직원을 좋아했다. 채용 공고에 나와 있는 글로벌 인재를 원한다느니 창의적 인재를 원한다느니 하는 소리는 다 '개나 줘'였다. 내가 다닌 회사는 그나마 외국계 회사여서 덜 했지 일반 한국 회사에 다녔더라면 나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앞으로 로또를 맞지 않는 이상 평생 밥벌이를 위해 일을 하겠지만 이제는 내 영혼이 조금도 상하지 않게 소중히 다뤄줘야지. 나는 창녀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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