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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Jun 04. 2016

미모사

어렸을 때 미모사를 키운 적이 있다. 많고 많은 식물 중에 왜 미모사를 택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태어나 산 첫 식물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흔들린다고 누가 말했지만 미모사처럼 극적일 수는 없었다. 톡하고 건드리면 움츠려드는 수줍음과 이내 다시 기세등등 이파리를 펼치는 미모사를 나는 꽤나 사모했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를 괴롭히는 장난 꾸러기 남자 아이처럼 나는 미모사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나의 작은 손짓에도 반응하는 미모사가 나는 참 좋았다.

얼마 전 친한 언니가 행복의 정의에 대해 물었다. 생각해 본 적이 딱히 없었지만 희로애락이 내 삶에 녹아있고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사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때로는 넘쳐 감정 소모가 심할 때도 있지만 나는 남들보다 더 감정 하나 하나에 뜨겁게 반응하고 이를 즐기며 산다. 그래서 나는 울고 웃을 수 있음에 살아있음을 느끼고 이로인해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미모사를 좋아라했던 그 꼬마가 딱 그 미모사처럼 살아 숨쉬고 있음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나의 미모사가 그랬던 것처럼 애궂은 인생사에도 다시 가슴을 펼 수 있는 담대함과 푸르름으로 살고 싶다.

너도 나도 살아 있으니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람이 부는 날엔 너무 맞서려하지 말고 조금 힘을 빼고 흔들리자. 또 해가 쬐이면 가슴을 쫙 펴고 그렇게 햇살을 만끽하자. 그게 삶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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