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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y 24. 2016

'Easy cut'

#9_Easy cut

조그맣게 잘라 놓은 컷이 있다. 이 컷으로 잘라야만 이 봉지가 잘 뜯길 것이다. 이제는 패키징도 진화하여 이 자그마한 컷이 없이도 'easy cut', 'sense cut'이라고 써놓은 부분을 뜯으면 잘 뜯어지는 용기가 많다.


인간관계에도 이 컷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이 것이 잘 들어맞아야지 관계가 술술 풀린다. '핫 버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것을 나는 친절하게 알려주는 편은 아니지만 이 컷을 잘 찾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우리가 운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살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정말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은 어울리기가 힘들었다. 멋모를 나이에는 온갖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타인의 취향까지 아우르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들도 좋아해주길 바라는 게으름만 남았다. 거칠고 날 것들보다 이제 나는 익숙하고 편안한 곳들 속으로만 파고들고 싶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 보고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여기가 뜯는 곳이라고 계속 힌트를 줄 필요도 아니 때로는 대놓고 여기로 좀 뜯어 달라고 할 필요 전연 없을 텐데...


하긴 그렇게 쉬우면 난 온갖 사람들과 친구였겠지... 지금...


새삼 고맙다. 내가 친절히 알려주지도 않은 나의 컷을 용케 알아내어 뜯고 나를 꺼내 마주한 나의 사람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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