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m Lee Jul 06. 2016

꽃무늬

너는 내 꽃무늬 원피스를 보고 촌스럽다고 입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래서 불같이 화를 냈다.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냐고. 아마도 너와 내가 헤어진 데에는 그 사건도 한 몫했을지 모른다. 병신 같은 이별 이유로 들리겠지만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너는 내게 그래서 밉보였던 것 같다.


나는 그때에도 지금도 꽃무늬 옷을 즐겨 입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꽃무늬 유행이 지난다고 해도 계속 입을 생각이다. 왜냐면 나는 꽃무늬가 좋기 때문이다.


나는 자아가 정말 뚜렷해서인지 개취를 억압하거나 특정 취향을 강요받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나는 그때 너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되려 화를 낸 나 자신이 기특하다. 나는 너 보라고 핀 꽃이 아니다. 스스로 아름답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피었고 널 위해 지지도 너 때문에 지지도 않을 것이다.


가끔 남자들은 착각한다. 여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핀 꽃인 마냥 허락 없이 자신들의 잣대로 평가하고 꺾으려 한다. 꽃이 제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그 누구도 꽃의 아름다움을 함부로 순위 매기지 않듯이 모든 꽃은 제각기 그대로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꽃은 그 아름다움을 그 색과 모양으로 뽐내는 것이 아니라 향기로 뽐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향기가 아름다운 것인지는 다가가 맡아봐야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네가 휴대폰 너머로 사진으로만 보는 꽃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직접 보아야지만 알 수 있다.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 자신에게 어떠한 향기가 나는지. 왜냐면 후각은 가장 민감하면서도 가장 쉽게 둔화되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분명 본인의 체취에 십수 년간 취해 자신에게 향기가 나는지 악취가 나는지 느끼지 못할지 모른다. 그럴 때엔 자신의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악취를 맡고 날아온 파리떼인지 향기를 맡고 날아든 나비 혹은 벌 떼인 지 말이다.


앞으로 또 꽃무늬 지적질을 하는 어쭙잖은 파리 한 마리를 만나면 나는 또 화를 낼 것이다. 그래서 쫓아버려야지. 그리고 내 향기에 집중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Thoughtlessl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