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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Jul 28. 2016

하늘에서 내리는 것들 중 나는 비가 제일 마음에 든다

한국은 이제 장마철인 것 같다. 비 소식이 거의 없는 이 곳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의 장마철을 떠올려봤다. 눅눅하고 질척한 기억도 있지만 시원한 빗소리와 무더위를 씻기는 그 쿨한 느낌이 문득 그리워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들 중 나는 비가 제일 마음에 든다. 눈은 소리도 없이 내려 영원히 희고 폭신할 것처럼 보이지만 금세 녹아 버리고 내 발자국 하나에 쉽게 더러워진다. 포근할 것처럼 생겨서 만지면 얼음장처럼 차갑다. 하지만 비는 제 오는 길 감추지 않고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우르르쾅쾅 소리를 내고 비로 내려 사라지지 않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한강 작가는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그 글을 보고 한강 작가도 나처럼 내숭 떠는 눈보다 시원스러운 비를 더 좋아하나 보다고 혼자 생각했다.


이 달 안엔 비 소식이 하나도 없지만 다음번에 비가 오면 우산 없이 내 달릴 예정이다. 옷이 흠뻑 젖고 머리카락 몇 올도 빠질지 모르겠다. 그런데 기다려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긴 긴 문장들을 내 몸뚱이로 다 흠뻑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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