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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Jul 29. 2016

다행이다

친구가 '넌 정말 솔직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나도 안다. 나는 솔직하다. 연예인도 아닌데 꽁꽁 포장하며 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뿐더러 숨기는 일이 더 성가시다.


뭐가 그리 솔직해 보이냐고 했더니 자신은 이별 이야기 같은 건 말하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세상에는 온갖 이별이 있다. 나의 이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더 못나고 더 애끓는 헤어짐이 수두룩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이별이 찾아올 것이다.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할 것 같은 느낌만 있을 뿐. 우리 목숨이 유한한 이상 우리는 계속 이별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그 수많은 이별 중 하나일 뿐이다. 작고 보잘 것 없어 숨길 것도 되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너와 이별해야 한다면 딱 그렇게 이별하는 게 맞다. 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한순간 증발하거나 죽어버렸다면 나는 제정신으로 살지 못했을 것 같다. 나를 찌질하게 떠나갔던 또 다른 너도 '슬픔'이 아니라 '짜증'을 주고 가서 고맙다. 한때 나의 세상이었던 네가 나를 스치고 지나가지 않았다면, 그만한 인생의 굴곡도 없었으면 나는 아직도 순진한 얼굴을 하고 이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동생은 나같이 고생 안 해 본 사람이 뭔 글을 쓰냐고 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고생하고 싶지는 않은데 굳이 고생이 필요하다면 딱 이만큼만 이별하며 살고 싶다.


떠날離나눌別. 이별하려면 누군가는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떠나고 떨어져 나뉜다. 다시 이별하는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 다만 나의 움직임이 그리고 내가 사랑한 너의 움직임이 퇴보가 아닌 진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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